[기자의 눈/장원재]“뻘짓… 찌질이… ” 詩心 잃은 시인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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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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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정치부 기자
장원재 정치부 기자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연탄재 시인’ 안도현. 이렇게 따뜻한 시를 썼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 180도 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28일 트위터에 손에 파스를 붙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해 ‘연민을 자극하는 상처 마케팅’이라고 야유했다. “그녀, 잘 가꾼 악의 얼굴이여”라는 극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29일에는 한 라디오에 나와 박 후보에 대해 “공주가 여성을 대표하던 시절은 봉건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차라리 남편 수발, 자식 수발하며 고생하며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이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던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후보가)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구태정치의 반복 같아 안타깝고 매우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자극적인 표현을 쓴 탓에 그의 발언은 여러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10월 초에는 안 후보를 ‘소멸하는 태풍’에 비유했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그의 ‘독설’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민주당 내에서 안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정대철 이부영 전 의원 등을 향해선 “개콘(개그콘서트)보다 웃기는 찌질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에 실망을 표시한 김영환 의원에 대해서는 “뻘짓 그만하시고 차라리 쥐구멍에 들어가라”고 했다.

안도현의 시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그의 이런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과연 ‘시인 안도현’과 ‘정치인 안도현’이 같은 사람인가 하는 얘기까지 나온다. ‘시인 안도현’을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선 빨리 선거가 끝나 그가 시인으로 복귀하길 기다리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번 잃어버린 시심(詩心)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안 전 위원장은 최근 트위터에 “12월 19일까지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으려 한다고 말했는데, 그 다음에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정치인 안도현’은 그에게서 ‘시인 안도현’의 서정(抒情)을 찾아보려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알고 있을까.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장원재#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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