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김종인, 실력행사 말고 정책 실력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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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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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이번에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웃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9일 “나와 이한구 중 선택하라”면서 당무를 거부해온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경제민주화에 대해 전권을 부여하며 힘을 실어줬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한나라당의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된 이래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4차례 회의 거부 등의 액션을 취했다. 올 2월 8일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 및 과감한 재벌개혁 등을 주장하며 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고 했고, 2월 28일 이재오 의원의 총선 공천에 사퇴까지 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3월 22일에는 “당이 안이해졌고 할 일을 다했다”며 조기 사퇴했다.

그때마다 박 후보는 김 위원장을 다독였다. 동화은행 비리 전력, 민정당과 민주당을 오간 정치 이력에도 그가 지금까지 중용된 이유는 딱 하나다. ‘경제민주화의 창시자’로서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경제민주화’라는 그릇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기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물을 때마다 “나중에 밝힐 때가 있을 것”이라고만 말해 왔다.

그가 위원장을 맡은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8월 27일 기구 출범 이후 3주 동안 인선하는 데 시간을 보내더니 한 달 보름이 지났지만 위원회 차원에서 눈에 띄는 정책 하나 발표한 적이 없다. 그가 단장을 맡고 있는 경제민주화추진단도 성과물을 내놓기는커녕 한 차례 회의를 연 것이 전부다.

당내에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대선 전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하려면 10월 중순까지는 법안이 나와야 하는데…”라며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많다.

박 후보의 한 핵심 참모도 “김 위원장이 구체적인 안을 들고 후보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해결될 텐데 왜 자꾸 갈등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며 “문제를 제기하려면 일단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손발을 묶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한 일은 경제민주화 용어를 세일즈한 것과 사퇴하겠다고 협박해 뜻이 다른 사람들의 기를 꺾은 것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지….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려면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의 콘텐츠부터 내놓아야 한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김종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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