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진영논리에 갇힌 ‘그들만의 교육감’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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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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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애초 그는 서울시의 교육 수장(首長)이 될 생각이 없었다. 좌파 진영의 필요로 추대됐다. 2010년 초 출마를 권유받았을 때 고민에 빠진 이유다.

그는 출마선언문을 혼자 적어 봤다고 했다. ‘학교는 부모와 지역에 따라 이미 차이가 난 사회경제적 조건을 극복해서 균등한 조건과 기회 속에서 새로운 출발과 사회생활의 환희를 맛보게 해 주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나중에 말했다. “출사표를 쓰고 나서 출마해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위해 ‘준비된 교육감’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기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2010년 5월에 처음 만났다. 교육감 후보 시절이다. 초중등교육 경험이 없어서인지 교장공모제,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교육계 이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고교선택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라고 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학교를 바꾸겠다는 열정만은 가득했다.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문제는 취임 직후부터였다. 급해 보였다. 뭔가에 쫓기는 듯했다. 체벌 전면 금지(7월), 초등학교 3, 4개 학년에 무상급식 실시(11월), 혁신학교 선정(12월)이 이어졌다. 다음 해 5월에는 고교선택제의 폐지·수정을, 9월에는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현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멋대로 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는 “학생을 위한 정책이다. 교육계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특히 공무원과 교장 선생님들이 그렇다”고 주장했다.

변했다고 느낀 시점은 이때부터였다. “전교조와 교총, 교사와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교육감이 되겠다”던 말과 실제 정책이 달랐다. 지지단체의 요구와 선거 때부터 자신을 보좌했던 일부 비서의 이야기만 듣는 듯했다. 측근 인사 비리가 터지자 교육청에서는 선거 빚을 저런 식으로 갚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곽 전 교육감의 후보 매수 의혹이 처음 터졌을 때 기자는 측근들에게 물었다. ‘선의’가 정말 맞느냐고. 취임준비위원회 출신 인사가 말했다. “정말 돈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시는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 요구 때문에… 곽 교육감에게 진보진영이 너무 큰 짐을 지운 것 같다.”

교육감 재선거(12월 19일)를 앞두고 여러 이름이 오르내린다. 자천 타천으로. 대선과 함께 치를 선거라 정치권이 지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서 누굴 찍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누구를 괜찮게 본다는 얘기가 흘러 다닌다.

걱정이 앞선다. 특정 진영의 추대를 받아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의 상황 말이다. 그들만의 교육감이 되지 않을까. 선거 빚은 어떻게 갚을까.

최예나 교육복지부 기자 yena@donga.com
#곽노현#진영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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