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입맛 맞는 언론 골라 제 말만 하는 ‘경기동부 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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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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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정치부
이승헌 정치부
요새 여의도에서 가장 뜨거운 정치인 중 한 명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당선자다. 통진당 당권파의 실세이자 경기동부연합의 몸통,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의 키워드로 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처럼 국회에서 그를 보기 어렵다. 수많은 기자들이 그의 육성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를 해봤지만 응답을 받았다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 이 당선자는 7, 8일 잇달아 보도자료를 내 부정경선 파문을 일방적으로 반박하더니 돌연 한겨레신문(9일자) 인터뷰에 응해 파문과 관련한 의혹 대부분을 강도 높게 부인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9일에는 일부 방송사 기자들을 따로 불러 한겨레신문에서 밝힌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고 한다.

통진당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행방을 안다는 이 당선자가 며칠간 보여준 신출귀몰식 언론 접촉 행태는 ‘입맛에 맞는 언론을 골라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시 숨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선배 좌파’들의 폐쇄적 언론관을 바탕으로 지하에서 암약하다 필요에 따라 가끔 세상 밖으로 나오는 민족해방(NL)계 주사파들의 전술을 나름대로 응용한 듯하다.

이 당선자는 최근 통진당 부정경선 파문의 배후로 유독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을 지목했다. 그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권파 핵심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중동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당권파 핵심이란 것은 통진당 내부 등 진보진영에서 가장 먼저 제기됐다. 자신이 민혁당 사건에 연루된 종북주의자라는 시각에도 “조중동 프레임”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막무가내식 주장을 듣고 있자면 33시간 동안 이어진 4, 5일 전국운영위원회의와 사교집단 집회를 방불케 한 당권파의 ‘나홀로 공청회’(8일)가 떠오른다. ‘내가 하면 무조건 선(善)이요, 남이 반대하면 악(惡)’이라는 당권파의 극단적 편 가르기 식 논리를 이번에는 언론관에 주입시킨 것이다.

‘자연인 이석기’가 어떤 언론관을 갖고 있는지는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이 당선자로 상징되는 통진당 당권파 전반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18대 국회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당권파 행태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도무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자주 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당선자가 비판한 ‘프레임’은 통진당 당권파부터 우선 깨야 할 구악의 틀인 셈이다. 그렇게 세상을 보는 눈과 귀부터 여는 법을 배운 뒤에야, 부정선거 파문을 극복할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승헌 정치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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