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빠른 물고기’ 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엄밀하게 말한다면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하지 않았다. 백열전구 자체는 에디슨이 손대기 오래전에 이미 나와 있었다. 다만 수명이 아주 짧거나 생산비가 너무 비싼 치명적인 결함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에디슨은 수천 번 시도 끝에 1879년 대나무를 그을려 만든 탄소섬유로 밝고 오래가는 필라멘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어둠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에디슨이 백열전구 발명가라는 데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에디슨은 생각, 즉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은 알찬 정신노동을 피하려고 무슨 핑계든 들먹이기 마련이다’라고 말할 만큼 생각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경쟁자들에게 냉혹하게 맞서 악명도 높았다. 직류 방식을 고집해 교류 시스템을 채택하자는 ‘천재 직원’ 니콜라 테슬라를 떠나게 만들었다. 그는 교류가 감전 위험이 높다고 억지를 부리면서 교류를 적용한 전기의자 사형제도를 도입하자고 맹렬히 로비를 벌여 승리했다. 사형에 반대하는 자신의 소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가정용 전구사업 매각 협의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GE 창업자인 에디슨이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마저 더 이상 품고 가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GE는 100년 넘는 존속 기간 동안 회사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 왔다. 2011년 소프트웨어 분야에 진출한 뒤 지금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점하는 4차 산업혁명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에디슨이 경쟁에 이기려고 싸웠던 자세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호황을 업고 1분기 동안 역대 두 번째 규모인 9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력인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삼성을 먹여 살린 셈이다.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빠른 물고기’만 살아남는 격변기다. 삼성은 또 한 번 모든 것을 바꾸는 변신에 나서야 한다. 깜짝 실적에 안주할 시간이 없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삼성전자#메모리 반도체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