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장시호와 정유라의 ‘특권 입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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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가 수능 철인지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패러디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수능시험장 앞에 최 씨 모녀의 사진 밑에 ‘두 인물은 어떤 학파 출신인가?’란 질문에 ‘차움학파’ ‘그네학파’ ‘프라다승마학파’ 등을 답안에 제시한 피켓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씨가 다닌 청담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에 이어 어제 교육부가 내놓은 ‘정유라 특혜 의혹 관련 감사 결과’에서도 그간 언론에 보도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정 씨가 이화여대로부터 제공받은 특혜들을 모아놓으면 가히 ‘학사농단 종합세트’라고 부를 만하다. 입학처장은 교수들에게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조했고, 결국 원서마감일 이후 따낸 금메달이 서류평가에 반영됐다. 일부 면접위원은 서류평가에서 정 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의 면접점수를 조정해 정 씨를 합격시켰다. 입학 이후 정 씨는 8개 과목 수업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으나 출석을 인정받고 학점도 받았다. 교수가 대신 과제물을 제출해준 적도 있다니 “이게 대학이냐”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정 씨가 성악을 배우다 승마로 전환한 것은 최 씨의 조카이자 정 씨의 사촌언니인 장시호 씨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고교 때 승마 선수로 활동한 장 씨는 1998년 연세대에 특례입학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맞춤형 특혜’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장 씨가 고교 시절 ‘전교 261명 중 260등’을 기록한 성적표도 만천하에 공개됐으니 특혜든 아니든 망신살이 뻗쳤다.

 ▷입시 중압감에 짓눌린 또래들이 피 말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는 ‘비선 실세’ 엄마 덕분에 대학의 관문을 ‘프리패스’ 했다. 대학생이 된 뒤에도 출석과 성적 관리 등 비정상적 특혜가 이어졌으니 대학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일부 수험생은 오늘 촛불시위를 앞두고 ‘이제는 고3이 나선다. 수능 끝 하야 시작’이라며 잔뜩 벼르고 있다. 권력과 재력으로 안 되는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 최 씨 모녀, 한국 사회에 분노의 둑을 무너뜨린 것만으로도 죄가 무겁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최순실#정유라#청담고#장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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