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보검앓이’와 착한 영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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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장 ‘핫(hot)’한 스타는 박보검이다. 국민의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최근 종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보검앓이’란 말이 생겨났다. 우월한 외모와 진화하는 연기력은 기본이고, 그를 또래 스타들과 차별화시킨 일등공신은 따로 있다. 바로 ‘착함’이다.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1박2일’에서 그가 보여준 일상의 마음 씀씀이에 시청자들이 반해 버렸다. 어디서나 누구한테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고, 식당에 가면 다른 사람들 위주로 반찬과 선풍기 바람까지 챙겨주는 배려심이 기특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연기했던 선후배와 제작진의 ‘증언’도 줄줄이 이어졌다. 이 청년의 ‘착함’, 연기 아닌 진짜라고.

 ▷‘착한 청년’의 긍정 에너지가 스타의 신선한 매력 포인트로 떠올랐다면 지금 극장가에서는 ‘착한 영화’의 따뜻한 에너지가 관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어제 유해진 주연 ‘럭키’가 개봉 16일째를 맞아 한국 코미디 영화 중 최단 기간 500만 관객 돌파의 신기록을 세웠다.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간적인 킬러’와 또 다른 착한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현실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불황에는 코미디가 뜬다는 속설이 있는데 그런 영향도 있을 터다.

 ▷‘베테랑’ ‘내부자들’ ‘곡성’ ‘부산행’ 등 한국 사회에 대한 울분과 분노에 가득 찬 ‘센 영화’가 몇 년째 흥행순위를 휩쓴 데 지친 탓일까. ‘럭키’의 선전과 더불어 ‘걷기왕’ ‘사랑하기 때문에’ 등 착하고 순한 영화들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현실 비판적이고 피비린내 진동하는 무겁고 잔인한 영화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자고 나면 ‘참 별난 모녀’를 둘러싼 새 의혹이 속속 불거지고, 전방위 국정 농단과 무시무시한 갑질로 도배된 뉴스가 쏟아진다. 가슴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웃음을 되찾고 싶고,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싶은 한국인들. ‘착함’에 끌리는 그 마음에 괜스레 애틋해진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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