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50대 젊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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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박완서(1931∼2011)는 1970년 ‘여성동아’ 장편공모에 ‘나목(裸木)’으로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우리 나이로 마흔에 등단한 것이 당시 큰 화제였다. 이전까지 한국 문학의 빛나는 별들은 대개 청춘 시절에 떴다. 시인 김소월은 열여덟 살 때 등단해 23세에 시집 ‘진달래꽃’을 펴냈다. 소설가 최인훈은 23세에 등단, 이듬해인 1960년 ‘광장’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청년의 기준은 몇 살일까.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만 15∼29세로 규정하지만 심각한 취업난을 감안해 34세로 확대하자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각 정당의 청년당원은 새누리당 만 45세 미만, 더민주당 만 45세 이하, 국민의당 만 40세 미만 등 제각각이다. ‘40대 청년’의 위세에 밀려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20대 당원들의 불만이다.

 ▷4050세대에게도 20대와 또 다른 의미에서 청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김국진-강수지 열애 소식으로 주목받은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은 ‘불타는 청춘’이다. 오늘 열리는 서울연구원의 ‘서울의 미래·서울의 선택’ 세미나에서 2040년 서울의 중위연령이 52세가 된다는 내용이 발표된다. 즉, 서울에 사는 인구를 전부 한 줄로 세우면 한가운데 선 사람의 나이가 지금은 39세, 24년 뒤에는 52세란 얘기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이다. 농촌에서는 50대가 가장 젊은 축에 속한 지 오래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중위연령이 바뀌면 노인의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상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보지만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으로 적용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갈수록 커지는 재정 부담에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청년의 기준이나 노인의 자격이 달라져도 인생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삶의 어느 단계에서나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만은 변함없을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박완서#김소월#최인훈#청년#불타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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