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몰카와 포르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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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업스커트 포토(upskirt photo)라는 말이 있다. 스커트 아래에서 위로 올려 찍는 사진을 말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몰래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을 일반화해서 이렇게 지칭한다. 이런 사진을 불법으로 볼지 확립된 기준은 아직 없다. 미국 텍사스 주와 오리건 주, 워싱턴에선 설혹 남성의 성적 만족을 위해 그런 사진을 찍었더라도 불법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매사추세츠 주에서만 지난해부터 불법으로 취급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훨씬 엄격해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촬영 행위를 처벌한다. 업스커트 포토는 말할 것도 없고 여름철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을 찍었다가 처벌받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다만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신체 부위의 노출 정도나 부각 여부, 촬영 각도나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제3자의 관점으로 판단한다.

▷최근 대법원은 호감을 느낀 여성을 엘리베이터까지 쫓아가 몰래 얼굴 없는 상반신을 찍은 한 남성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재판을 다시 하도록 돌려보냈다. 피해 여성은 수치심과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촬영한 가슴 부위가 노출은커녕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라고 봤다. 애초 이 정도 사진을 몰카의 범위에 넣은 것이 무리였다. 다만 생면부지의 남성이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온 행동에 여성이 공포를 느꼈다면 달리라도 처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남성이 섹시한 여성을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은 아내나 여자친구로부터 힐난을 받을 수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렇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통상적인 앵글로 찍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 사진 중의 일부가 불법이라면 왜 불법이고 어디서부터 불법인가. ‘포르노를 정의할 수 없지만 보면 안다’는 말처럼 몰카도 보면 아는 것인가. 스마트폰이 법의 영역에 던지는 새로운 고민거리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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