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국민 생선’ 고등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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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김치를 냄비 바닥에 넉넉하게 깔고 고등어 통조림을 붓는다. 여기에 된장 한 숟가락, 마늘 파 등을 넣고 푹 끓여준다. 국물이 자박자박해지면 굵은 고춧가루와 국간장을 넣고 마무리한다. ‘백주부’란 애칭을 얻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가 최근 케이블 TV에서 소개한 ‘고등어조림’ 조리법이 젊은층 사이에 인기다. 덕분에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고등어 통조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 넘게 팔렸다.

▷고등어는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다. 특유의 감칠맛에 두툼한 살집, 두뇌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좋은 불포화지방산과 DHA 성분이 풍부한 ‘슈퍼 푸드’로 꼽힌다. 조림, 찌개, 구이로 변신 가능한 고등어 반찬은 오랜 세월 엄마표 집밥의 단골 메뉴였다.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졌으나 종로 피맛골의 좁은 골목은 점심시간과 퇴근 무렵 연탄불 위 석쇠에서 고등어 굽는 냄새와 연기로 자욱했다. 노릇노릇 구워낸 ‘고갈비’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었다.

▷값싸고 흔했던 ‘국민 생선’ 고등어의 위상에 변화가 느껴진다. 근해에서 잡히는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국내산의 경우 씨알 굵은 고등어가 줄어들면서 물량이 늘어도 가격은 오르는 현상도 빚어졌다. 부산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6월부터 7월 초까지 고등어 위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81.3% 늘었으나 6월 평균 도매가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불법 남획과 이상고온이 주요 원인이다.

▷시인은 소금에 절인 고등어에서 짜디짠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박후기 시인의 ‘자반고등어’란 작품이 그렇다. 고등어는 대중가요에서도 주목받는 생선이다. 신세대라면 취향에 따라 각기 루시드 폴의 서정적인 ‘고등어’와 노라조의 흥겨운 ‘고등어’를 선호할 터다. 7080세대 가슴속에는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중얼중얼 읊조리듯 불러야 제맛 나는 노래다. 오늘 저녁 메뉴는 고등어구이로 정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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