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문재인-안철수 2차 연대의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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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012년 대선에 나섰을 당시의 측근들이 올 1월 발간한 책 ‘안철수는 왜?’에는 후보 단일화 비화가 많이 나온다. “문재인 후보 측은 안철수 사퇴 후 처음에는 ‘이번 대선은 자기들에게 맡겨 놔라’는 식이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 지지율이 크게 밀리자 안철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철수가 주장한 새 정치의 가치나 명분은 들을 생각을 안 하고 그냥 문재인 선거운동 일정에 맞춰 손잡고 다니며 얼굴마담 해달라는 식이었다.”

▷이 책은 “친노(친노무현) 강경파와 문재인 의원은 자기들끼리만 결집할 수 있으면 뭐가 되도 된다는 우물 안 개구리식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안 대표의 참모들 사이에선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했던 친노 진영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다. 안 의원이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을 어제 거부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요청을 받은 19일 곧바로 거부 사실을 발표하지 못한 것은 혁신위원장이 인선될 때까지 발표를 유보해 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 때문이었다니 그나마 문 대표의 체면을 배려한 셈이다.

▷안 의원이 위원장직을 수용했다면 지난 대선에 이어 문재인-안철수 2차 연대가 성사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문 대표는 안철수의 혁신기구를 내세워 비노들의 사퇴 공세를 돌파하고 안 대표는 지난해 공동대표 시절에 이어 당내 영향력 확보를 위한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 대표와 함께 당을 살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취약한 당내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벼랑 끝에 있는 문 대표를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토사구팽 되고 말 것이라는 신중론에 기울어진 듯하다. 문 대표의 사퇴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기구를 맡아 들러리를 섰다가 실패의 책임을 덮어쓰는 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친노끼리 독주하다가 아쉬울 때만 손을 벌리는 문재인의 리더십이 봉착한 한계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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