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2층 경부고속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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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빠르게, 보다 값싸게, 보다 튼튼하게.’ 1968년 2월 1일 첫 삽을 떠서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의 건설 당시 3대 구호였다. 한 해 정부 예산이 1600억 원이었던 시절 총 건설비만 400억 원으로 추정되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계획은 시작부터 야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박정희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1967년 재선에 성공한 뒤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붙여 2년 5개월 만에 428km 경제대동맥이 탄생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만 해도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기 훨씬 전이어서 지금과 같은 교통량을 내다보지 못했다. 특히 근년에는 판교 동탄 같은 신도시가 경부고속도로 좌우에 생기고 세종시까지 들어서 오송부터 한남대교까지 경부고속도로 구간은 점점 중속도로, 저속도로가 돼가고 있다. 그러면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에 2층 고속도로를 올리거나 지하고속도로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민이 편한 도시를 위해 제2경부고속도로를 구상하거나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그제 첫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에 교통을 포함한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내놓은 안이다. ‘2층 경부고속도로’ 발언의 저작권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에게 있다.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연말에 대선후보로 나서면서 ‘아파트 반값 공급’과 함께 ‘경부고속도로를 2층으로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가 낙선하는 바람에 공약 검증의 기회도 물 건너갔다.

▷이미 만들어진 고속도로 위에 2층 도로를 만드는 것이 한국의 토목기술 실력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국토계획과 사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발언 같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을 꿰뚫고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2층 고속도로는 대역사다. 한남대교부터 양재나들목까지 고속도로를 담장처럼 에워싼 아파트의 주민이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 총리가 얼마나 심사숙고하고 이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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