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요리하는 남자’와 ‘아빠를 부탁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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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줌마들에게 가장 화제가 된 연예인은 단연 차승원이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는 “차승원의 부인은 도대체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했길래?”라며 부러움 가득한 글들이 넘쳤다. tvN ‘삼시 세끼’에서 보여준 그의 요리 솜씨가 전문 요리사 뺨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선을 다져 넣은 어묵부터 식빵까지 못 만드는 것이 없는 그에게 “요리하는 남자는 섹시하다”는 찬양이 이어졌다.

▷설 연휴에 ‘삼시 세끼’와 더불어 인기를 끈 예능 프로그램은 SBS ‘아빠를 부탁해’였다. 남자 연예인 4명이 자신의 딸과 집에서 보내는 24시간을 관찰해 부녀 관계를 재조명한 프로다. “아빠는 내 생일도 기억 못할 것”이라는 배우 조재현 딸의 충격 발언과 함께 우리 시대 다양한 아빠의 모습을 담았다. 2008년에 나온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언제나 곁에서 우리를 보살펴주는, 그래서 독자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었던 어머니의 인생을 그렸다. ‘아빠를 부탁해’는 가족 관계에서 엄마에 비해 소외당하던 아버지 쪽에 조명을 비췄다.

▷관객 수 1381만 명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도 6·25전쟁 이후 고난의 현대사 속에서 억척스럽게 가족들을 지킨 아버지의 인생을 그렸다. ‘국제시장’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가족과의 소통은 별로인 가부장적인 아버지라면 요즘 남자들에게 요구되는 상(像)은 가족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다정한 아빠가 아닐까. 배우 송일국의 육아일기나 요리하는 차승원, ‘아빠를 부탁해’의 인기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몇 년 전 “휴일에 뭐 할 거야?” 하고 묻자 젊은 남자 후배가 망설임 없이 “애 봐야죠”라고 대답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여자인 나도 직장에서 회사 일에 소홀하다는 느낌을 줄까봐 아이나 집 얘기 하기를 꺼렸다. 시대 변화는 항상 예상보다 한 걸음 빠르다. 정부가 얼마 전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육아휴직의 절반은 남자가 쓰도록 의무화라도 해서 현대적인 아빠의 역할을 살려 보는 건 어떨까.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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