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여성 대통령과 전지현 트레이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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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헬스 트레이너인 코넬 매클렐런은 원래 퍼스트레이디 미셸의 개인 트레이너였다. 1997년 오바마 부부의 시카고 집 근처 매클렐런이 운영하는 피트니스클럽에서 만났다. 미셸은 오전 4시 45분경 클럽에 도착해 헬스 지도를 받았다. 미셸의 권유로 오바마도 3년 뒤 이곳에서 헬스를 시작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매클렐런은 백악관의 대통령 헬스 트레이너로 임명됐다. 미국 언론에서 “탐스럽다”고 격찬하는 미셸의 팔뚝 알통과 오바마의 군살 없는 체격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었다. ‘대통령 부인의 팔’ ‘21일 내에 미셸 오바마 팔 갖는 법’ 등 퍼스트레이디의 헬스 비결을 담은 DVD가 쏟아지고 매클렐런은 TV와 신문 인터뷰에도 얼굴을 내밀고 대통령 부부의 건강비법을 소개했다. 백악관에선 피트니스 및 영양과 관련한 대통령자문위원회도 맡고 백악관 참모들 체력도 가끔 돌본다.

▷그제 대통령비서실 국정감사장은 윤전추 대통령제2부속실 행정관(34)에 대한 논란으로 들끓었다. 청와대에 대통령 전용 헬스시설이 있는지, 1억1400만 원어치 트레이닝 장비 구입대금이 대통령 헬스용품인지를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별에서 온 그대’의 여배우 전지현의 헬스 트레이너로 유명한 윤전추는 젊은 나이에 부처 국장급인 청와대 3급으로 발탁돼 ‘공시족’을 비롯한 적잖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9급으로 시작했다면 32.9년, 행시에 합격해 5급으로 출발해도 21년 걸리는 고위직이 그 자리다. 업무가 홍보와 민원 처리라는 청와대 해명도 아예 안 하느니만 못했다.

▷여성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 역할을 겸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제2부속실이 원래 대통령 부인 담당이라는 이유로 “제2부속실 없애라”고 할 사람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여배우의 헬스 트레이너를 대통령비서로 뽑아서 전문분야도 아닌 일을 맡겼다는 설명은 코미디다. 대통령의 건강을 위해 대통령 헬스 트레이너로 임명했다면 누가 시비 걸 것인가. 미국처럼 VIP의 체력관리 노하우를 DVD로 내놓는다면 이것도 창조경제가 될 수 있을 텐데.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헬스 트레이너#박근혜#오바마#전지현#윤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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