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신연수]중국의 ‘짝퉁 범죄’ 불감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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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60만 원 하는 삼성의 갤럭시S5를 중국 상하이 전자도매상가에선 800∼1000위안(약 13만∼16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진짜와 구별이 어려운 짝퉁 스마트폰이다. 겉모습만 같은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통째로 복제해 통화와 인터넷 이용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란다. 가짜 부품들을 썼으니 당연히 품질은 떨어진다.

▷중국은 ‘짝퉁 천국’이다. 베이징의 훙차오 등 대도시에 있는 짝퉁 시장은 해외 관광객들이 들르는 명소가 됐다. 가짜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루이뷔통 프라다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기본이고 화학약품으로 가짜 먹을거리도 만든다. 가짜 술, 가짜 콩, 가짜 달걀, 가짜 우유 등 종류가 하도 많아 ‘사람 빼고는 모두 가짜를 만든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도 10년 전에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짝퉁 공화국’이었다. 이젠 어마어마한 중국 ‘가짜 산업’의 피해를 걱정하게 됐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진다.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락앤락까지 한국 제품을 모방한 짝퉁들이 중국에서 범람하는데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짝퉁 업체들을 상대로 법적 소송이라도 걸었다가는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을 자극할까 겁난다. 중국 정부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짝퉁을 단속하는 듯했지만 아직은 시늉뿐이다. ‘허삼관 매혈기’로 유명한 소설가 위화(余華)는 ‘가난한 사람들이 내 책의 해적판을 읽고 위안을 받는다면 지식재산권은 문제가 안 된다’는 칼럼을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가짜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중국의 짝퉁 제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조악해서 금방 알아볼 정도였지만 지금은 정품과 가까운 수준에 따라 A B C급을 자유자재로 만든다. 일부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들은 규모나 서비스 면에서 이미 우리를 앞질러 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국제특허 출원 건수가 독일을 제치고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랐다. 가짜뿐 아니라 중국의 진짜 제품을 두려워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중국#삼성#갤럭시S5#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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