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해군 장교 지원한 SK 회장의 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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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지낸 케네디, 존슨, 닉슨, 포드, 카터, 조지 부시는 모두 해군 장교 출신이다. 40대 레이건 대통령을 제외하고 35대부터 41대 대통령까지 해군 장교 출신들이 독차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사관생도였던 카터 대통령을 제외한 5명은 전쟁터를 누볐던 참전 용사들이다. 삼킬 듯 사나운 파도와 싸우며 함상 근무를 하는 해군 장교에게는 리더십과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그래서 해군 장교를 거친 사람은 어떤 일을 맡겨도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둘째딸 민정 씨가 해군 사관후보생 모집에 지원해 화제다. 그는 지난달 면접과 신체검사를 마치고 29일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면접 통과자들은 거의 합격했다. 별문제가 없으면 올해 12월 1일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그가 지원한 병과(兵科)는 함정 승선 장교로 다른 병과보다 고된 근무를 해야 한다. 갑판의 함교(브리지)에 서서 파도를 맞으며 몇 시간씩 거친 바다를 살펴야 한다. 그는 기왕이면 힘든 곳에서 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고 한다.

▷올해 7월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입시학원 강사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학비는 장학금을 받아 해결할 정도로 자립심이 강했다. 뭘 하든지 똑 부러지게 하는 성격으로 중국에서 친구들과 무전여행을 다닐 정도로 모험심도 있었다. 처음에는 해군 장교가 아니라 특수부대에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가족들이 말려 해군 장교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수감 중인 아버지 최 회장에게는 올해 초 면회를 가서 허락을 받았다.

▷그는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다. 2002년 전립샘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어머니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군인의 딸로서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외할아버지의 군인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재벌가의 딸과는 다른 방식으로 민정 씨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보여준 것 같아 신선하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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