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다 본다 CCTV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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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대로변 음란행위 여부를 밝혀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결과가 곧 발표된다. 경찰과 언론이 확보한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김 전 지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국과수는 영상 속 인물의 키와 보폭이 김 전 지검장과 일치하는지를 파악해 동일인 여부를 가리게 된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후 행적도 CCTV를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5월 28일 오전 3시경 유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길을 배회하는 모습이 인근 식당 CCTV에 잡혔고 이튿날 오전 11시 이 인물이 경찰버스를 보고 황급히 방향을 돌리는 장면이 식당 근처 공장 주차장 CCTV에 찍혔다. 30분 후에 찍힌 공장 후문 CCTV에는 이 남자가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CCTV들은 유 씨 시신이 발견된 전남 순천 매실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것들이다. 이 영상으로 유 씨의 자연사망설이 크게 힘을 얻게 됐다.

▷요즘은 차량끼리 접촉사고가 나도 서로 싸울 필요가 없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사고 현장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구글 안경은 사람용 블랙박스라 할 만하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사진과 실시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목적지의 방향이나 문자메시지가 안경 스크린 위로 나타난다.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만 봐도 그 사람의 개인정보가 옆에 뜨는 기능도 있다. 이 안경을 시험적으로 써본 사람이 전 세계에 1만 명이 넘는다.

▷조지 오웰은 개개인의 생활을 통제 감시하는 거대 권력기구로 빅브러더를 말했지만 현대판 빅브러더는 CCTV다. 김 전 지검장 사건에서 보듯 CCTV는 많은 장점을 갖는다.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될뿐더러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CCTV의 존재만으로 강력 범죄가 줄어든다고 하니 CCTV야말로 최고의 경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감시사회의 도래는 필연적으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CCTV를 원하는 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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