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영철]전기차로 미세먼지 잡는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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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주간동아팀 차장
최영철 주간동아팀 차장
올봄, 서울 도심에 형형색색의 ‘마스크 꽃’이 만개했다. 이틀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 미세먼지 탓이다. 그 때문일까.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각 대선 주자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후보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전기 수요를 줄이는 한편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신규 건립을 억제하자는 게 골자다.

각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은 화력발전소인 듯하다. 이는 일부 환경단체와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전기 사용을 줄여 화력발전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발전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발상. 하지만 이들의 공약에는 나날이 느는 전력 수요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아보기 힘들다. 친환경 발전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화력발전을 일방적으로 줄이면 ‘블랙아웃(대정전)’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전기차(EV)의 다음 세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구입자에 대한 보조금(대당 1400만∼2600만 원) 지급과 충전소 등 전기차 인프라 확충에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런 파격적 지원에 힘입어 긴 충전시간과 턱없이 부족한 충전소 등의 단점에도 전기차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문제는 먼 미래 내연기관 차량의 대부분을 전기차가 대체할 때 발생한다. 전기차가 늘수록 전기 수요 또한 그만큼 늘고, 이를 감당하려면 또다시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기 때문. 전기차에 공급하는 전기를 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 전기로 제한하지 않는 한 화력발전 또는 원자력발전의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친환경차인 전기차가 증가했지만 화력발전의 증가로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학계 일각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는 한편으로, 매연뿐 아니라 전기 수요까지 함께 줄일 수 있는 미래형 친환경차에 대해서도 전향적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태동하던 당시인 2013년 3월 현대자동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결합할 때 생성되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쓰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수소차) 투싼ix를 세계 최초로 양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수소차는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매연 대신 순수 증류수를 배출하며 외부 공기 정화 기능까지 갖췄지만 전기차의 2배에 가까운 비싼 차량 가격과 10억 원이 넘게 드는 충전소 설치 비용, 수소와 산소의 결합에 쓰는 백금의 확보 문제 등 여러 한계 때문에 일반인에 대한 판매는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 자동차 회사와 경제 대국들이 전기차 신기술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서도 수소차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실제 현대차가 투싼ix를 지난 4년 동안 정부기관 등 공공시설에만 200여 대 파는 데 그치는 사이 일본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는 1400대 이상 팔렸다. 일본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덕택이다. 최근 글로벌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이 독일에 수소차 충전소 400기를 설치키로 하고, 중국이 수소차에 대한 막대한 지원을 시작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3월 현대차는 충전시간 3∼5분, 1회 충전에 800km 주행이 가능한 수소차(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는 지금, 우리가 세계적 기술력을 선점한 수소차에 대한 관심 또한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영철 주간동아팀 차장 ftdog@donga.com
#미세먼지#전기차#미래형 친환경차#도요타 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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