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상호]중국의 적반하장(賊反荷杖)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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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케네스 월츠 등 신현실주의(Neorealism) 국제정치학자들은 국제사회를 국가들이 생존과 국익을 추구하는 ‘권력투쟁의 장’으로 봤다. 법과 도덕이 아닌 물리력(무력)에 기반을 둔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 기저에는 ‘힘의 외교’가 국제사회의 작동 방식이므로 국가 사이에 충돌과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2013년 11월 중국의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는 힘의 외교의 대표적 사례다. 중국이 선포한 구역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부 겹치고, 한국이 실효적으로 관할하는 이어도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중국은 이른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한국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를 무시하고 끝내 관철시켰다. 중국이 최근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을 무효라고 반발하면서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거론한 것도 중국식 ‘힘의 외교’의 단면이다.

중국의 일방적 대국주의는 꾸준한 군비 증강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연평균 국방비를 10% 이상 늘려 첨단 전투기와 항모, 전략핵잠수함 등을 증강 배치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다. 중국은 수백 기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춘 5대 핵 강국이다. 북한과 가까운 지린(吉林) 성 일대에 배치한 둥펑(DF)-21 미사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폭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핵탄두를 한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올해 안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보다 성능이 뛰어난 러시아제 S-400 요격미사일도 배치할 계획이다.

자국 안보와 국익을 위해 수많은 무기를 갖추는 중국이 북한의 핵위협에 직면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어깃장을 놓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지나친 내정간섭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 100∼400km 떨어진 곳에서 적국의 핵미사일이 중국 인민을 겨냥한다면 중국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할 것인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가 중국의 안전을 해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드는 공격무기가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무기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발사한 ICBM은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의 최대 요격고도(150km)를 벗어난다. 사드 레이더(종말모드)로 중국 내륙의 군사 동향을 파악할 수도 없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중국 등에서 전수받은 미사일 기술로 대남 공격용 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지구상에서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국가는 중국과 북한밖에 없다. 그뿐인가. 2012년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KN-08 이동식 ICBM의 발사차량(TEL)이 중국제 차량을 개조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도발 때마다 중국은 유관국들의 ‘냉정’과 ‘절제’를 주문하면서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는 북한에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 불장난’을 쳐도 혈맹(중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도록 했다. 북한이 ‘핵 맹신’의 주술과 망상에서 깨어나려면 중국의 단호한 태도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제라도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냉정과 절제를 보여야 한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안전을 해치는 ‘진짜 주범’은 북한의 핵무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요 2개국(G2)으로서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위해 북한 비핵화에 ‘힘의 외교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예측불허의 새파란 독재자가 ‘핵단추’를 만지작거리는 사태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악몽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동중국해#이어도#대국주의#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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