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현진]사이버먼데이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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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11월 마지막 주가 다가오면 글로벌 유통업계는 전운이 감돈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올해는 현지 시간으로 28일)에 미국 유통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들어가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때문이다. 미 소비자에게 국한되었던 쇼핑 열풍이 국경을 넘어 글로벌로 확산된 계기가 바로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였다. 2005년 전미소매연맹이 블랙프라이데이 다음 주 월요일에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에 착안해 만들었다. 이날 하루 온라인 쇼핑몰에서 추가 할인한 가격에 상품을 내다판다.

미국의 쇼핑 행사를 먼 나라 얘기로만 여겼던 해외 구매자들은 인터넷 환경이 점차 좋아지면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자국에서보다 더 싸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글로벌 직구(직접구매)족’이 탄생한 순간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자국의 고객을 사이버먼데이에 뺏기는 각국 유통업체들이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하나둘 비슷한 시기에 대대적인 온라인 할인행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호주 유통업체들은 2012년 11월 말에 한국어로 ‘광클(광적인 마우스 클릭)’로 해석될 만한 ‘클릭 프렌지(Click Frenzy)’라는 온라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마비돼 첫해는 망쳤지만 올해도 18일부터 행사를 연다. ‘사이버먼데이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기사까지 링크해 놓았다. 독일 일본 아르헨티나 칠레 인도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짝퉁 사이버먼데이’ 행사가 펼쳐진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사이버먼데이로 촉발돼 미국이 주도하고 각국이 따라나선 11월 온라인 할인행사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를 소유한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젊은이들이 ‘솔로의 날’로 즐기는 11월 11일을 온라인 쇼핑하는 날로 탈바꿈시켰다. 광군제(光棍節)로도 불리는 이번 시즌 알리바바의 매출은 지난해 미국의 사이버먼데이의 매출(22억9000만 달러)의 네 배에 육박하는 81억7000만 달러(약 8조9100억 원).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예고가 되긴 했지만 눈앞에서 펼쳐진 미중(美中) 온라인 전쟁에서 중국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국 업체들은 광군제 시즌에 매출이 급신장했다고 환호했지만 타오바오에 물건을 올려 내다판 세계 20개국의 2만7000여 개 업체들도 기뻐하긴 마찬가지였다. 정작 쾌재를 부른 곳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직구족을 대상으로 문을 연 온라인 쇼핑몰인 ‘T몰 글로벌’의 가능성을 확인한 알리바바였다.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시작이어서 해외 쇼핑객이 아직은 적다. 우리는 세계시장 지배를 위한 10개년 계획을 갖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중국뿐 아니다. 영국 유통업체들도 자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박싱데이(12월 26일)를 앞두고 글로벌 직구족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다른 국가의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알리바바의 성공을 그냥 가볍게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 밖 움직임과 달리 한국의 온라인 수출입 적자폭은 최근 3년간 세 배로 불어났다. 한국 정부가 글로벌 직구족들을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유치하기 위해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를 없앤 것이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의 배송비까지 일부 지원하는 중국 정부,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서 우리보다 한참은 앞서 있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 온라인 무역전쟁터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11월이다.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
#사이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미국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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