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허문명]국가개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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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오피니언팀장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국가개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무성하다. 요지는 이렇다. 첫째,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초법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박정희 정권 시절의 권위적 하향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둘째, 일본 우익들이 추구했던 일본개조론의 유사품 아니냐는 것이다.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가 1972년 ‘일본열도 개조론’을 펼친 것은 잘 알려진 일. 그의 영향을 받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는 ‘일본 개조론’과 함께 ‘관피아 척결’의 일본판(版)인 ‘관료망국론’을 내세웠다.

셋째, 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발표한 국가개조위원회가 왜 총리 산하냐는 것이다. 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야말로 국가개조의 주요 대상이므로 위원회는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맞는 말이다. 넷째, 국가개조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국가개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관료사회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시점에서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제시되었다. 관료개혁이라는 말이 다소 진부하고 약하다 보니 ‘관료’가 ‘국가’로 승격 내지 확장되었으며 그러다 보니 60년 적폐 해소라는 무서운(?) 개념이 뒤따르게 되었다. 어떻든 국가개조가 뭘 말하는지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관료들의 부정부패 척결 차원인지, 제도 개선을 말하는 건지, 개헌과 정치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것인지, 국민화합 문화융성처럼 공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개조는 매우 필요한 일이다. 이왕 나온 김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의견을 모아 결실을 맺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최근 만나본 기업인과 정치인, 시민운동 관계자, 동아일보 칼럼니스트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국가개조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는 기류는 많지 않다. 단, 세월호 사태 수습 차원이나 적폐 해소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국민이 행복한 사회와 선진국 진입의 기틀을 마련하는 미래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도 혹독한 자기혁신과 변화를 겪어 왔고 또 겪고 있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국가과제를 설정하고 힘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의견을 들어보면 우선 관료개혁은 필수적인 과제였다. 둘째, 국민의식 차원에서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들이 갖고 있는 도덕성과 품성. 셋째, 노사정 합의를 통한 사회통합과 복지사회의 기틀 마련. 넷째, 교육 정상화 등이었다. 이 밖에 1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실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향후 개헌을 통해 단임제 대통령제 보완과 개선, 선거구제 개편까지 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제는 과정이다. 국민 관심을 모으고 의견을 청취하고 소통하며 합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야당이 제안한 ‘국가혁신’을 수용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제발 서두르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관심을 확대하고 해외에서도 인재들을 초빙하여 국제수준에 맞는 좋은 결론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그러려면 최근 인사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판단력 미숙, 독단적인 의사 결정, 제왕적 리더십 등 대통령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나라의 수반인 대통령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데 어찌 국가의 변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국가 혁신을 위해 대통령부터 변화를 시작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국가개조#권위적#관피아 척결#정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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