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양승함]5·9 대선과 시대정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촛불-태극기로 갈라진 민심 치유할 시대정신은 바로 국가개조
대선후보들은 네거티브 멈추고 소통과 협치로 국민을 설득해야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개 정당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고 1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5월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그동안 정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미 열띤 경쟁이 전개되었고, 한동안 지속돼온 대세론이 꺾이는 등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세 유지와 추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경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에 달하고 있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 프레이밍과 검증 시비가 도를 넘고 있으며 가짜뉴스와 문자폭탄이 판을 치고 있다. 과도한 세몰이에 집착하여 국민을 분열의 정치로 몰고 가거나 특정 후보만은 절대 안 된다는 감정적 진영 논리에 빠져 있다.

5·9 대선은 한국정치사에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직 대통령의 파면 후 조기 대선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례이기도 하지만 내우외환의 국가위기 상황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제대로 선출하지 못한다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성공 국가로서의 업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주어진 여건 아래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민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후보들이 솔선수범하여 포지티브 캠페인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쟁 후보를 헐뜯기보다는 자신의 비전과 철학 및 정강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설득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국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정책을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역대 선거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5·9 대선에서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의 능력이다. 후보에 따라서 적폐 청산, 국민 통합, 경제민주화,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 경제와 안보 위기 극복 등을 시대정신으로 지적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이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국민에 따라서 그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또 실현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주목되고 있는 시대정신들의 공통분모를 뽑아낼 수는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 개조다. 기존의 사회질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하며 부단한 소통과 협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촛불 민심은 민생을 외면하고 당리당략으로 극한 투쟁을 벌여온 배타적 분열의 정치, 정경유착과 재벌 지배구조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서민을 소외시킨 경제, 금수저-흙수저 계층화의 사회구조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그런데 국민 주권 되찾기 촛불시위의 시민명예혁명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태극기 민심은 산업화의 가치를 옹호하며 맞불을 지폈다. 이제 다수의 국민은 적폐 청산과 함께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민심을 치유하고 화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를 원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실추된 국격을 회복하고 소모적인 광장정치를 종식시킬 것을 지상명령으로 내리고 있다.

5·9 대선에서 후보들이 유념해야 할 시대정신은 바로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을 통한 국가개조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부조리를 척결함과 동시에 국민적 통합을 유지한다는 것은 마치 모순된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처럼 난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 사회 문제에 대한 해답을 후보들은 찾아야 한다. 적폐 청산과 국민통합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첩경은 우선 이념적으로 첨예하게 양극화된 정치사회를 해소하는 일이다.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에 빠져 서로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적개심에 차 있는 상황을 타개해야 하며, 이를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국민이 퇴출시켜야 한다. 다수의 국민은 이념 갈등에 지쳐 있으며 진보든 보수든 서로를 관용하는 합리성과 이성의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조기 대선으로 짧은 기간에 치러지는 선거라 정책이 실종되고 네거티브 캠페인과 정략적 이해관계가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원칙에 충실하라란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라도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스스로의 처방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촛불시위는 정치인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졌다. 그 하나는 정치인들보다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라도 서투르면 국민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5·9 대선#대통령 후보#선거 정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