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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신세돈]韓銀, 언제까지 금리인상 버틸 수 있을까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7-03-17 03:00:00 수정 2017-03-17 05: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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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우세로 바뀐 美 FOMC 금리인상 더 자주, 많이 할 듯
한국 따라 올리면 내수위축… 누르면 외환보유액 고갈… 가계부채 1300조의 딜레마
최악의 정책은 그냥 버티는 것… ‘거대한 바람’ 차라리 순응하라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드디어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이번 ‘전격적인’ 금리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동안의 소극적 금리 운용 정책(즉 동결)에서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상 정책으로 선회했음을 선언하는 확실한 신호탄을 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금리 동결을 주도해왔던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일 느닷없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의 운을 뗀 것은 이제 FOMC가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전환되었음을 공공연히 예고한 것이다.

사실 옐런 의장의 매파로의 ‘변절’이 아니더라도 금리를 결정하는 FOMC는 비둘기파 우세에서 매파 우세로 구성이 이미 바뀌었다. 현재 10명인 FOMC 위원의 절반인 5명이 새로 교체된 데다 그동안 결원이던 두 자리마저 조만간 매파 성향의 친(親)트럼프 인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제 국제금융시장은 FOMC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많이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초 연내 두 번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세 번 혹은 네 번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도 금리 인상 추세는 분명히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다. 우리에게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요인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어려운 문제다. 금리가 1%만 올라도 연간 이자부담은 13조 원이 늘어난다. 한 해 민간소비 771조 원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 금리 부담을 감안하면 민간소비 위축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다. 민간소비의 감축은 자영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나아가 가계부채의 건전성, 즉 상환 가능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또 금리 인상은 가뜩이나 추락한 투자를 더욱 움츠러들게 할 것이고 특히 지난 몇 년간 경제를 이끌어 왔던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고 마냥 버틸 수도 없다. 미국의 금리는 올라가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틴다면 곧바로 한미 간에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의 경우 한국이 1.995%, 미국이 2.10%니까(3월 10일 기준) 이미 금리 역전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역전 상황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대량으로 한국 채권시장에서 팔고 나갈 것이고(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원화 환율도 동반 상승시킬 것이다. 환율 상승은 환차손을 피하기 위한 자본 유출을 가속화하면서 ‘자본 유출→환율 상승→자본 유출→환율 상승’의 연쇄 반응적 악순환을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한국은행이나 금융당국이 수수방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거나 아니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방출해야만 한다. 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만큼 달러 유출의 규모는 커질 것이고 그만큼 외환보유액도 빨리 고갈될 것이다.

반대로 외환보유액 방출을 피할수록 환율 불안이 커질 것이고 환차익을 노린 자본 유출 압력은 높아질 것이며 시장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금리를 잡아매어 둘수록 외환보유액이 고갈될 것이고 외환보유액을 붙들고 있을수록 환율과 시장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난처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정책 함정에서 당국이 피해야 할 최악의 수는 마냥 버티는 일이다. 금리든 환율이든 현재 상황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버티는 일이야말로 ‘바람을 거역(leaning against the wind)’하는 일이 된다. 가계부채에만 매달려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만큼 외환시장의 교란과 불안정은 커진다. 또 외환을 풀어 억지로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만큼 외환보유액의 고갈은 심화될 것이다.

미국과 세계에서 불어오는 금리 상승 및 달러 가치 상승의 거대한 바람을 거역하기보다는 그에 순응하여 올라가면 같이 올리고 내려가면 같이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바람에 순응하는(leaning with the wind)’ 정책이라고 한다.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거대한 금리와 환율의 바람을 거역하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정책적 선택이 될 것이다. 대선이라는 대혼돈의 계절에 한국은행과 정책당국이 얼마만큼 독립적이고 효율적으로 금리 및 환율 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지 절체절명의 시험대에 서 있는 셈이다.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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