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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양승함]대통령부터 승복해야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7-03-07 03:00:00 수정 2017-03-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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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앞으로 다가온 탄핵결정
지금은 갈등하지만 심판 결과 모두가 받아들이면 촛불-태극기 분열 봉합하고 위기 극복하는 단초가 될 것
사회적 대타협 위해 대통령이 먼저 ‘승복 선언’ 밝혀야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판이 수일 내로 다가오면서 사회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된 데다가 헌재 결정에 불복할 조짐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결정에 대한 불복 현상이 일어난다면 이는 탄핵 문제 자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균열구조를 더욱 악화시켜 국민을 적대적으로 분열시킬 것이다. 결국 탄핵 불복은 사회 불안정을 장기화시켜 국내외적으로 처한 위기 대응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적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일본 정부와의 외교적 갈등, 김정은의 호전성 증대 등으로 외교 및 안보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 침체 및 소득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념적 세대 간 갈등구조가 증폭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의 부재가 더욱 심각한 위기로 부각되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국민 상호 간에 내재되어 있는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요소를 확대재생산했다. 여기에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은 기름을 부어 일조를 했다. 촛불시위의 순수성과 정당성이 태극기시위에 의해 도전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대통령 탄핵 문제가 중심이던 시위가 국가적 가치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촛불시위가 직접민주주의 기치를 들고 ‘적폐 청산’ 등을 외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산업화 세대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석기를 석방하라’ 또는 ‘종북좌파 빨갱이’ 등의 색깔론이 기회주의적 집단에 의해 주장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양측의 절대 다수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국가 가치를 기반으로 하여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치가 오늘날 성공국가의 견인차로서 동시에 수용될 수 있다면 탄핵 여부에 관계없이 국민적 화합이 가능할 것이다.

탄핵 심판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적 갈등은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법적으로 해결한다. 법치주의의 평범한 진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헌재의 탄핵 평결의 경우 헌법질서 유지 차원에서 더욱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대통령 대리인들이 헌재의 법적 권위를 무시하고 심지어 시위에 나가 결정 불복을 획책하는 언사를 자행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위배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위헌 결정은 수용하고 탄핵 심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자가당착이다. 따라서 헌재의 탄핵 결정에 승복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탄핵안 인용이든 기각이든 그 결과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승복한다면 촛불과 태극기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사기가 한껏 높아질 것이다.

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원수로서, 헌법 수호를 서약한 국가지도자로서 헌법 지킴이의 첨병인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탄핵 결정에 따른 국민의 분열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당면한 국내외적 위기 극복을 위해 매진하자고 호소하는 것은 애국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억울하게 ‘엮였다’고 비공식 채널을 통해 주장하고 생일 ‘러브레터’에 감사 답변하여 박사모를 간접적으로 부추길 수 있다. 대면조사 약속 파기나 헌재 참석 진술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단 한시라도 국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 진정으로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일부 사회 원로와 정치지도자들이 승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국민적 호응을 얻기에는 매우 미흡하다. 국민들의 감정의 골이 깊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해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탄핵소추안의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나선다면 효과적으로 승복을 위한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되는 것은 더더욱 불행한 일이다. 개인적 명예와 권력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용기 있고 지혜로운 결단이 최순실 국정 농단과 탄핵사태로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치유했으면 한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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