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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장영수]대선 걱정에 헌재 불복한다는 사람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7-03-02 03:00:00 수정 2017-03-02 09: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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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시위’ 왜 갑자기 늘었나… 조작과 음모설 믿기 때문인가
광장의 대립은 군중심리 산물, 탄핵찬반 놓고 적대시하는 건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일
대통령보다 진보집권 우려해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가 2월 27일 최후변론까지 마쳐 이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달리 이번 탄핵심판은 소추 사유가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에서 논란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 벌써부터 거론될 정도로 갈등과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통해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 농단의 일각이 드러나면서 촛불 민심에 등 떠밀린 국회에서 탄핵을 소추할 당시만 해도 사건의 실체가 명백하고 헌재의 탄핵 결정도 시기의 문제뿐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집회가 세를 키우면서 상황이 매우 복잡해졌다.

더욱이 최순실 태블릿PC 등의 모든 증거가 조작이며 거짓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각종 루머 속 진실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심지어 헌재 앞에서는 탄핵 인용과 기각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 초기에는 조용하던 탄핵 반대세력이 이렇게 커졌을까? 정말로 박 대통령이 음모에 의해 내몰리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언론과 검찰 특검이 모두 합심해서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박 대통령의 묻지 마 지지층이 위기 상황 속에 더 커지고 있는 것일까?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대립은 군중심리의 산물이다. 군중심리가 위험한 것은 냉철한 이성보다 순간적 감정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스스로 따져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맡겨버리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정확한 판단보다 편을 가르고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을 앞세우는 것이다. 더욱 위험한 점은 과거 망국적 지역감정처럼 이러한 갈등과 대립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한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존중이 곧 자유의 기초가 되며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는 다수가 결정한다. 반면에 전체주의는 하나의 절대적 가치를 내세우며 이에 반하는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린다. 히틀러가 게르만 혈통의 우수성과 순수성을 내세우며 이를 해치는 유대인, 나아가 순혈을 흐리는 유전병 환자 등의 제거를 주장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탄핵 찬반집회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끼리 서로를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적으로 규정하는 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이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더불어 법치주의가 헌법의 기본원리로 인정된다. 우리 헌법에서 탄핵도 다수파 정치세력이 소수파를 부당하게 억압하지 못하도록 헌법재판소가 사법 절차에 따라 심판을 하도록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민주적 다수에도 승복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에도 불복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나만, 우리 집단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고 전체주의 아닌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그런데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불복과 재심을 이야기하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국민 중에는 박 대통령 개인을 감싸려는 사람들보다 탄핵 인용의 결과로 야기될 정치적 변화, 진보세력의 집권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듯이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앞세울 경우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보수건 진보건 올바른 주장과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다수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정상이며 어느 쪽도 과격한 주장과 위협적인 세 과시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급진주의는 오히려 중도적 국민의 지지를 잃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탄핵과 대선 그리고 개헌은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상호 영향 때문에 어느 하나를 왜곡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 탄핵의 인용 또는 기각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국민은 이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보다는 개헌과 대선을 통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노력해야 할 때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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