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진석]리더십의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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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리더십의 핵심은 정치인의 검소와 겸손
메디치 가문 답사하고도 그 검소함 배우지 않는 우리
도덕경에 나오듯 리더십과 권력이 건강해지려면 자애-검소-물러남을 알아야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지금 독일은 잘나가고 있다. 때마침 모 방송사에서 독일 정치의 리더십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에 주의를 기울여 보았다. 나는 특히 그들 리더십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인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어떻게 말하더라도 리더십은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을 결정짓는 기둥이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연출자가 핵심을 잘 지적해 주었다. 거기서는 독일 지도자들의 특징을 검소와 겸손으로 들었다.

검소와 겸손은 모두 자기 스스로 자신을 잘 절제하는 태도다. 말은 쉽게 들리지만 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경지다. 독일 정치인들의 특징을 검소와 겸손으로 들었다면, 그들에게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검소와 겸손은 인간 덕성의 절정에 속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에서는 인간으로서의 품격이 모든 사태의 수준을 결정해 버린다. 그 높은 수준의 핵심이 바로 검소와 겸손이다.

검소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우선 먹고 입는 일을 소박하게 하는 것이 떠오른다. 돈이 많으면서 비싼 옷 안 입고, 좋은 음식 안 먹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싼 옷과 좋은 음식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강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자신의 중심을 벗어난다. 인간의 욕망은 원심력의 속성이 있고, 인간으로서의 근본은 중력의 속성이 있다. 원심력을 타고 자신의 근본을 이탈하려는 욕망을 중심 쪽으로 끌어내리려고 절제하는 태도가 바로 검소함이다. 절제를 통해서만 인간은 균형을 갖춘 존재가 되는데, 이 균형의 유지라는 것이 인간 품격의 높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도덕적으로 성숙되는 과정과 정치 사회적 활동을 일치시키려 노력했던 공자도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서 “선비가 도(道)에 뜻을 두고도 평범한 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면 더불어 의논하기에 부족하다”고 말한다. 도에 뜻을 두었다는 것은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명을 가졌다는 것이니 정치 행위를 한다는 말이다. 검소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사를 함께 논할 정도의 수준이 못 된다는 공자의 말은 매우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지식에 대한 탐욕도 그렇다. 온갖 외국 유적지는 다 돌아다니고, 인류 문명의 기원까지 찾아다니는 열정을 보이면서도 자기가 처한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어떤 책임감을 발휘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한없이 배우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원심력을 타느라 지성의 중력은 정작 상실해 버린다. 여기서 중력은 지성의 본령을 말한다. 지성의 본령은 자신이 처한 환경 속에서 책임성을 느끼고 무엇인가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외부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목적은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에서 적절하고 의미 있는 행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자신의 성숙을 궁극으로 이끌고, 그 결과로 사회를 더 좋게 만든다.

메디치 가문을 구경하러 이탈리아까지 찾아간 부자들이 귀국하여 조금이나마 메디치 가문의 흉내라도 내보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지적 활동의 본령이라는 중력으로 탐욕적인 원심력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검소함이다. 이 검소함은 메디치 가문을 보고 온 사람에게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를 열었던 것에서 감화를 받아 우리의 새 역사를 여는 일에 헌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헌신하려는 내면을 가지는 순간, 그에게는 지금까지의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을 훨씬 넘어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로운 발전이 기약된다.

검소함은 원심력과 중력 사이에서 맞춰진 균형으로 탄성을 만들어낸다. 이 탄성은 한 사람의 인격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어떤 정치적 리더십도 이 탄성이 없이는 건강한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 좀 길지만, 노자의 ‘도덕경’ 67장에 나오는 얘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모두가 나를 위대하다고 하는데, 위대해 보이더라도 여전히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위대해질 수 있었다. 잘나 보이려고 했다면, 오래전에 별 볼일 없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세 가지 보물을 잘 지킬 뿐이다. 자애로움과 검소함과 앞서려고 거칠게 나서지 않는 것이다. 자애로운 마음을 가져야 용감할 수 있고, 검소해야 넓어질 수 있으며, 앞서려고 거칠게 나서지 않아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자애로움도 없이 용감하거나, 검소함도 갖추지 않고 넓히려 하거나, 물러서는 덕성을 배우지 않은 채 앞서려고만 하면 바로 죽음의 길이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독일 정치#독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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