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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하준경]부채세대의 등장과 베이비붐세대의 노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7-02-21 03:00:00 수정 2017-02-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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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고 살아가는 젊은이들, N포세대에서 이제 부채세대로
80, 90년대 고도성장기 부채와 질적으로 다른 상황… 빚의 노예로 전락할 판
기성세대 노후자산에도 악영향… 부채 해소로 성장동력 살려야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세대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주택 구매를 포기한 월세세대가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물욕을 버린 사토리(득도)세대에 이어, 빈곤세대라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특이한 점은 우리 젊은이들은 빚을 많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N포세대가 이제는 부채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대학생들이 1000만 원대의 빚을 지고 사회로 나오고 있고, 취업을 해도 생애 단계마다 기다리고 있는 각종 대출로 빚은 늘어난다. 젊은 시절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빚을 지고, 소득이 늘어나면 빚도 갚고 저축도 하는 것은 정상적인 금융생활이다. 문제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득에 비해 너무 커서 쓸 것 못 쓰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윗세대보다 제2, 제3 금융권에 더 많이 의존하며 빚 독촉에 시달린다. 젊은 세대의 빚은 주로 학자금, 생활비, 주거비 등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비용들 때문에 발생한다. 부유한 부모를 둔 젊은이가 아니라면 피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미국과 영국 젊은이들은 빚을 내기 싫어서 월셋집을 전전하지만 이들도 높은 월세 자체는 피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엘 코트킨은 높은 주거비용이 미국의 젊은 세대를 현대판 농노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월세든 이자든 매달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용이 너무 커서 최저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농노나 다름없다.

빚을 내고 갚고 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지금 젊은 세대만 엄살이냐고 할지 모른다.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과거 고도성장기 젊은이의 빚과 요즘 젊은이의 빚은 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생산인구 증가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사라졌다. 생산인구가 늘 때에는 사람에 비해 자본이 부족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빌릴 수 있는 금액 자체도 크지 않았지만 빌린 자본도 풀가동되어 그 수익률은 높았다. 늘어나는 생산인구가 자본을 수요해주니 자본을 되팔아 원금을 갚기도 수월했다. 빚을 내서 집에 투자하든 공장에 투자하든 대학교육에 투자하든 충분한 수익이 났기 때문에 원리금이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는 윗세대보다 규모 자체가 작다. 20대 인구수는 50대보다 20%나 줄었다. 젊은이들은 윗세대가 축적한 자본을 어떤 형태로든 떠안게 된다. 한 사람이 맡아주어야 하는 자본의 절대규모가 커지고 자본의 수익률은 떨어진다. 생산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니 자본을 되팔려 해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부채세대 젊은이는 신용도가 낮으니 높은 금리를 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빚을 내면 빚의 노예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혁신과 자동화로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든다.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 기업은 신규채용부터 줄인다. 신규채용조차도 경력자 위주로 간다. 1980, 90년대 묻지마식 신규채용과 정반대다. 환경 변화의 부담과 위험은 청년세대에게 집중되고, 이들은 더욱더 빚에 내몰린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자산을 많이 가진 세대는 베이비붐세대다. 이들도 노후대책 때문에 고민이 많지만 아직은 부채세대가 내는 이자와 집세 덕에 그동안 쌓아놓은 자산이 낮은 수익이라도 내주고 있다. 문제는 베이비붐세대가 80대가 되었을 때다. 그때 노인들의 생계를 책임져줄 사람들은 바로 지금의 부채세대와 그 자식세대다. 부채세대가 빚 때문에 자식을 낳지 않는다면 80대가 된 베이비붐세대의 자산들은 부동산이든 연금이든 수익을 낼 수가 없고 원금도 보장해 주지 못하게 된다.

힘들지 않은 세대가 없지만 지금 청년 부채세대는 단순한 채무자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미래다. 이들이 되도록 빚을 덜 지고, 빚을 지더라도 좀 더 좋은 금리로,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고, 소득이 낮을 때에는 상환유예의 혜택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좀 나아질 것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기성세대가 분담해야 하겠지만 세대 간 연대를 강화하면서 기성세대 자신의 노후를 튼튼히 하고, 나아가 국가의 성장동력을 살려내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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