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양승함]대통령 잘 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통령과 관련해선 유독 불행한 우리
진보-보수를 떠나 정직하고 능력 갖춘 국민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철저한 검증 위한 제도 보완은 필수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는 모두 불행했거나 불명예스럽게 끝났다. 그래서인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승리했을 때만 해도 이제야말로 존경할 수 있는,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진 않을 대통령을 뽑았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적어도 투표자의 과반수(51.6%)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이러한 기대는 참혹하게 어그러졌고 그래서 다시 대선이 다가왔음에도 그리 달갑지 않다.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지도자를 믿고 따르게 되면 그 국민의 일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고, 애국심과 헌신을 느끼고 스스로 주권의식을 가지며, 국가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는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며,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잘못된 정책을 스스로 보완해가며 성공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킬 것이다.

성공 국가의 신화를 이룩한 우리는 왜 유독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이렇게 불행한 것인가. 사실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고 자살률이 매우 높은 것은 국민 스스로의 문제겠지만 대통령이라도 잘 뽑으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치적 불안정, 경제적 침체, 사회적 계층화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국가 지도자들과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배제와 분열의 정치가 사실상 온 국민을 소외시켜 왔다. 성공의 신화가 저물어가는 요즈음 그래도 위기 때마다 대통령과 국민이 뜻을 함께하여 극복한 경험이 있어 한 가닥 희망을 준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 그동안의 대통령은 지도자 중심으로 뽑혀 왔다. 유력한 지도자들이 국민을 동원하여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독재와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민주화 이후에는 지역, 이념, 계층, 세대갈등의 사회 균열 구조를 이용하여 지배연합을 조성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국민주권과 시민민주주의를 활성화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가 지배구조와 국가 관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으며 경이로운 국민 자율성을 보여주었다. 국민이 후진적 정치를 질타하며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했다. 이제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국민 중심으로 선출할 태세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이 존경할 만한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는 각 후보의 리더십 덕목을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 존경할 만한 리더의 덕목에 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설문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전 세계 7만5000명을 대상으로 15년 동안(1987∼2002년) 3회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정직, 선견지명, 능력, 영감의 순으로 중요성이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지성, 공정성, 포용력 등이 지적되었다. 리더는 믿을 수 있고, 약속을 지키며,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 고무적이고 열정적이어야 하고, 인도할 만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뢰(credibility)가 리더십의 근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출을 위한 주요 기준은, 첫째 진실되고 원칙을 지키는가, 둘째 비전과 철학 그리고 목표와 방향이 명료한가, 셋째 과거 기록은 어떠하고 직무완수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넷째 영감을 줄 정도로 열정적이고 긍정적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다 훌륭한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에 우선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더와 추종자는 상호의존적이며 공생관계에 있다. 따라서 후보별로 리더십 덕목을 신중하게 평가하여 뽑는 것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대선에서 리더십 덕목 중심의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을 활성화하며, TV 토론을 3회 이상 정례화하여 많은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념과 정책과 더불어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이 다각도로 평가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굳이 세종대왕, 링컨, 처칠 같은 위대한 지도자는 아니더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같이 떠나면서 55%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아야 될 것이 아닌가.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박근혜#대통령 선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