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지순]고용재앙 극복할 노동개혁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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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청년실업률에 세계 경제성장 둔화하고 AI로 일자리마저 감소
정치·재벌개혁만큼 노동개혁도 불가피
과거 산업화시대 노동법… 4차 혁명에 맞게 혁신하고 대선후보들도 현실인식 고쳐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유년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배달된 2016년 대한민국의 고용 성적표와 2017년 노동시장 전망은 우리의 마음마저 얼어붙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6년 실업률은 3.7%를 넘었고, 올해 4%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연간 청년실업률도 9.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쉬고 있는 청년들과 ‘알바’ 같은 임시적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실업률은 34.2%로 치솟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고용률이 0.4% 늘어 66.1%라고 하지만 주로 저소득 일자리에 60대 이상 장년층과 여성의 고용이 늘어 나타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업을 못하고 있는 자녀들의 용돈 마련을 위해 부모가 취업 전선에 뛰어든 꼴이다.

 여기에 올해 고용한파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투자·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심지어 우리 경제성장률을 2.0%대로 예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일자리 감소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새로운 산업,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사라질 것이고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은 재앙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채용 확대라는 한시적 처방으로는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 그동안 경기불황과 실업대란으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했던 우리에게도 고용재앙이 성큼 다가선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탄핵정국에 이어 대선정국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의 현실인식은 여전히 5년, 10년 전에 머물러 있다. 산업화, 민주화 과정의 단골 메뉴였던 재벌해체, 경제민주화, 법인세 인상 등을 무기로 대기업에 대해 선전포고하고 있다. 재벌개혁, 정치개혁이 중요한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노동시장 개혁 같은 현실적인 과제도 놓치면 안 된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던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노동개혁을 일자리 창출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좌파와 우파, 자본과 노동의 대립 등 20세기의 유물을 벗어던지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실용적 개혁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핵심은 60년도 더 된 전근대적 근로기준 제도를 현대화하는 것이다. 근로시간제도와 임금제도, 해고제도 등 과거 산업화시대의 노동법제도를 4차 산업혁명에 맞게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목표가 제시돼야 한다. 기업 내부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돼야 한다. 또한 기업의 신규채용을 유도하고 장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고용형태가 좀 더 유연하게 정비돼야 한다. 그와 함께 근로계약법을 제정해 다양한 고용형태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 등의 일자리 개선을 위해 원청 대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역할도 체계적으로 조직돼야 한다. 과거 노동법제도를 유지한 채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으로는 일자리의 소멸과 해외유출을 막을 수 없다.

 지금 우리 정치와 경제 모두 ‘시계(視界) 제로’ 상태다. 올해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을 떠받치던 핵심 제조업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여 있고, 고질화된 노사의 폐쇄적 기득권을 극복하고 청년과 중장년 모든 세대를 위한 반듯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도 실험대에 섰다. 경제 활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수적이라면 노동시장의 활력을 높여줄 노동개혁 과제도 불가피하다. 합리적인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은 이중주의 하모니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시한 대통령도 용서할 수 없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대통령도 용납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대선 경쟁에 돌입한 대선 후보와 정당들이 국민에게 자신들이 결코 무능하지 않다는 믿음을 주려면 대선 전이라도 시급한 개혁입법을 서둘러주길 기대한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미 무능한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청년실업률#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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