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지순]미리 보는 20대 국회의 노동개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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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권익 보호… 노동시장 활력 위해 개혁입법은 필수
법안 준비정도 시급성 감안해… 3개 그룹으로 분리 ‘패키지 입법’ 하자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며칠 뒤면 총선이다. 20대 국회에 입성할 승자와 그러지 못할 패자가 확정되고 향후 4년 동안 여당과 야당의 세력 구도가 정해진다. 19대 국회에서 이루지 못한 개혁입법들은 새로 구성될 20대 국회에서도 크게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심에 노동 관련 개혁입법이 있다. 여야의 의석 분포가 입법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단 정부와 여당은 19대 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노동개혁 4대 입법을 처리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제시한 노동 관련 주요 공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여당은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변경지침 등 2대 지침의 의미를 재확인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파견대상 업무의 확대를 위한 파견법 개정, 실업급여제도 개선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 출퇴근재해 도입을 위한 산재보험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태세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기간제법 개정은 대통령의 입법유예 선언으로 일단 우선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장려세제의 확대를 제시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에 대해서는 입법 논의가 가능하지만 파견법과 기간제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2대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들의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생활임금제 확산과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단계적 인상 및 비정규직 사용부담금제 도입 등을 내세우고, 청년고용할당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개혁 과제의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2대 지침은 입법 사항이 아니므로 일단 입법 과제의 항목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야의 선심성 공약은 앞으로 좀 더 숙성시켜야 논의가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은 법률 개정 문제가 아니라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이므로 사실상 ‘선거용’ 공약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노동개혁 입법에 대해서는 야당이 파견법과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법에 대해 강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일자리 축소 및 실업 확대라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반대만 하긴 어렵다. 비록 입장 차가 크지만 고용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함께 보완하면서 대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 추가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국노총의 파기 선언으로 빛이 바랬지만 작년 ‘9·15 노사정 합의’에선 노동기본권 사각지대 해소와 합리적 노사관계 발전 및 노사의 사회적 책무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최저임금제도의 개선 과제가 개혁입법 대상에 포함됐다. 즉,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조직화,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 협약의 적용범위 확대를 포함한 단체협약제도 개선, 노사협의회제도 개선 등에 관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 그 밖에도 퇴직연금제 확대와 기간제 근로자의 퇴직급여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퇴직급여보장법, 직업훈련제도를 혁신하는 일학습병행법 등도 입법 대기 중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노정 갈등과 정쟁으로 빛을 보지 못한 중요 법률의 입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개혁입법의 지연은 근로자에게 돌아갈 권리와 이익을 차단하고 기업에 필요한 노동시장의 활력은 요원해진다. 산적한 노동개혁 법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패키지 입법’이 필요하다. 법안의 준비 정도와 시급성을 감안하여 몇 개의 그룹으로 묶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입법(근로기준법, 퇴직연금법, 일학습병행법 등)들을 패키지Ⅰ, 비정규직 입법과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고용보험법과 산재보험법을 패키지Ⅱ, 추가 논의를 필요로 하는 집단적 노사관계법(노동조합, 단체협약제도 등)과 최저임금법은 패키지Ⅲ으로 묶어 순차적으로 입법하는 방안을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다. 물론 패키지Ⅰ과 Ⅱ는 함께 처리해도 무방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고 약속한 20대 국회가 과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주목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대 국회#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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