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류길재]대북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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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봉쇄수준 제재, 中협력이 필수적… 외교역량 집중해야
응징의 고삐 쥐고 北 정권-주민 분리… 변화 흐름 대비를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됐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말했듯이 이번 조치는 지난 20년간 채택된 안보리 결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특히 북한으로 오가는 모든 선박의 물품 전수 조사, 북한의 대외 금융거래 제한, 항공유 공급 금지가 특징이다. 기존의 제재안 내용을 더 넓고, 더 촘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용으로만 본다면 사실상 북한을 봉쇄하는 수준까지 갔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제재의 철저한 이행이다. 지난 세 차례의 핵실험 직후에도 강력한 제재안들이 채택됐다. 그럼에도 북한은 국제사회를 조롱하듯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때마다 감행했다.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결의 2094호 역시 당시로서는 가장 강력한 제재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4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1% 올랐다는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제재의 실효성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제재가 성공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동북지방 차원에서는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서 제재 이행이 쉽지 않다. 더욱이 1400여 km의 긴 접경지역에서는 공식적인 해관을 통한 무역 못지않게 밀무역이 성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북한은 멀리는 6·25전쟁 이후부터, 가까이는 2006년부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왔기 때문에 제재에 대한 내구성을 갖는 체제다. 북한 자체가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쇄적이어서 어찌 보면 ‘셀프 제재’ 국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제사회의 제재가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유엔 회원국들의 제재 이행을 점검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간 미묘한 갈등이 조성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 증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1.5트랙의 전략대화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대북 압박 정책이 중국의 국가이익, 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둘째, 우리 대북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데 노력해야 한다. 평화와 인권을 북한 정권이 거스르고 있으며, 북한의 올바른 선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은 정권은 우방국인 중국조차 무시하고, 정권 유지를 위해 무자비한 공포통치를 자행하고 있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가 역설했듯이 북한이 가만히 있는데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마치 주문처럼 외면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데 한국의 대북정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역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초기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대두한다. 그런데 압박 국면을 장기간 지속해 나간다는 결기와 의지를 보여야만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압박과 교류의 투 트랙 접근은 당분간 접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른바 ‘게임체인지’의 상황에 맞는 대북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행동을 하게 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다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제재가 일상화된 이후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제재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북한의 정책 변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지금은 응징 차원에서 제재의 고삐를 단단히 조여야 하지만,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대화의 움직임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압박 국면하에서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가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가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입게 될 피해도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결의에도 민생과 관련된 부분은 완화시켰다. 인도적 차원의 교류협력은 지속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김정은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 나갈 수 있고, 북한 체제 변화의 내적 동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 비교정치학은 우리에게 어떤 정권이든 그 변화는 내부로부터 온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대북제재#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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