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구현]중국 경제의 여러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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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두 바퀴로 굴러가는 中경제
국유기업도 민간기업도 정부의 주요산업 보호정책과
성과주의 책임경영으로 도약
FTA로 中의존도 커질 한국… 中의 신중상주의 공략할 전략적 접근 고민해야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년 반 동안 진행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1992년 수교 후 22년 만이고, 2005년부터 두 차례의 공동연구와 10여 차례의 공식회의를 거쳐서 9년 만에 협상을 마무리한 셈이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두 가지 엇갈린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 FTA는 예외가 많고 실행에 20년이 걸리는 약한 FTA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시각은 중국이 지금까지 맺은 FTA 중에서는 가장 강한 것이고, 안보나 외교적인 시사점이 큰 중요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입장에서는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광역 FTA에 참여하는 데 거쳐야 할 단계라는 점도 지적된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고 또한 두 경제는 제조업 가치사슬에서도 상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중 FTA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여러 가지 모순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자본주의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적어도 20개 가까운 산업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국유 기업이 주도하는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국유 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은 은행, 보험, 통신, 정유, 전력, 철도, 건설, 항공운수, 석탄, 기계, 에너지, 담배, 언론 등이며,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서는 합작투자만이 가능하다. 이들 산업에서는 국유 기업이 과점 상태로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지원하며 때로는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은 주요 국유 기업 경영자를 직접 선임하고 경영에 관여한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여러 형태의 시장 개입에 대해서 불만이 많지만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크게 불평을 하지 못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2014년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은 95개로 미국의 128개에 이어서 두 번째로 많다. 중국 기업이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중국 기업의 성공 요인은 철저한 성과주의라고 하겠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의 주요 포스트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능력 위주로 선발하고, 일단 맡기면 오래 자리를 보장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을 하게 한다.

그런데 국유 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중국 기업은 민간 기업이다. 세계 PC 시장에서 HP와 1위를 다투고 있는 레노버는 2005년에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해서 아주 성공적으로 통합에 성공했다. 이를 위해 당시 CEO는 미국으로 이사를 하고 사업본부를 미국으로 이전했으며, 그 이후 두 문화를 성공적으로 융합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1984년에 설립된 레노버는 지금까지 CEO가 3명뿐이었다. 한 사람이 10년 이상 책임경영을 한 것이다.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민간 기업의 성장은 눈부시고, 경영 능력과 기술 수준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에서 가장 놀라운 기업은 인터넷 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BAT’라고 불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규모, 기업 가치나 경쟁력 면에서 미국의 4대 인터넷 회사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필적한다. 이 세 기업의 CEO는 50세 전후의 창업가로서 그 비전이나 추진력과 기민성이 탁월하다. 인터넷 산업에서도 중국 정부는 보안을 핑계로 외국 기업을 규제하면서 중국 기업의 성장에 시간을 벌어준다. 철저하게 신중상주의(新重商主義)적인 산업정책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한국 경제는 수출이나 해외 투자의 25∼3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얼마 전에 만난 외국 자동차 회사의 고위 임원은 자기 회사의 매출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이 20%가 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의 경제는 이미 한국의 8배에 달한다.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와 바로 붙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FTA가 그냥 또 하나의 FTA가 아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간에 중국 경제의 여러 모순되는 얼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구현 KAIST 경영대 초빙교수
#시진핑#중국 경제#사회주의#자유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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