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구현]‘인구 소멸국 후보 1번’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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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엔 10명중 2명이 노인… 인구 급속 고령화 ‘발등의 불’
月20만원 육아지원금으론 만연한 출산기피 막을수 없어
여성 경제활동 참여 늘리고 ‘청년노인’ 정년 65세로 연장
이민정책 논의도 이제 시작해야

정구현 KAIST 초빙교수
정구현 KAIST 초빙교수
한국이 인구 소멸 국가 후보 1번이라고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출산율이 지금 수준으로 지속되면 수백 년 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구 소멸 이전에 올 더 심각한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화율이 14%(2017년)에서 20%(2026년)로 증가하는 데 9년밖에 걸리지 않는 나라는 지금까지 없었다.

인구의 고령화는 노동력의 부족, 사회의 보수화, 재정 적자의 확대와 경제의 침체 등 많은 사회적 및 경제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앞으로 12년 후에 한국이 초고령사회가 될 텐데 대한민국은 너무나 태평하다. 지금부터 다각적인 인구정책을 펴더라도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정부가 작년부터 적극적인 육아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월 20만 원 정도의 육아지원금으로는 취업을 통해서 자기성취를 원하는 젊은 여성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것 같지 않다. 또한 아이들 교육비는 중산층 가정이 감당하기 버거워 맞벌이 부부가 애를 하나 낳아서 기르기도 힘들어 보인다.

2017년부터 시작될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 감소에 대처할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지금 있는 노동력을 더 잘 활용하는 것이다. 세 가지 가능성을 모두 적극 추진해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방안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군 병력의 감축과 대학 입학 준비 기간의 단축을 통해서 청년들의 최초 취업연령을 낮추는 방안이다.

세 번째는 정년 연장이다. 빠른 시일 안에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제 겨우 60세 정년을 법제화해서 2016년부터 시행하게 되었는데, 벌써 65세 정년을 시도하는 것이 너무 빠르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간 여유가 별로 없다.

한국인의 평균수명(남성 80세, 여성 85세)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65세 정년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독일과 덴마크는 67세 정년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노인들은 이미 70세까지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이 실제 생계비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에 노인 빈곤이 심각하고, 따라서 70세까지도 돈을 벌어야 하는 형편인 사람이 많다.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제도와 노동시장이 바뀌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능력급제와 임금피크제의 도입, 그리고 노장년(老壯年)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60세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에 일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연금 최초 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는 ‘65세 정년’ 입법안을 준비해서 늦어도 2025년 전에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사회 전체로 ‘노인은 70세부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여러 제도가 거기에 맞추어 바뀌어야 고령화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사안이 이민정책이다. 현재 등록된 외국인의 수는 155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3% 수준이며, 이 중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40% 미만이다. 고령화 비율이 높은 유럽의 국가들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고 있는 것은 이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를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정의했을 때 대부분 선진국의 이민자 비중은 10%가 넘는다. 스웨덴은 16%이며, 싱가포르는 외국인 비율이 43%에 달한다. 일본이 예외로서 외국인이 인구의 1.6%(2011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민억제정책을 써 왔던 일본도 최근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베 정부는 6월에 ‘인구 1억 명 사수’ 기조를 발표하면서도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앞으로 15년 안에 외국인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시기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민정책으로 누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지금부터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 해외동포, 투자이민, 과학기술자 등 선별적으로 이민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북한 통합도 인구정책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이민정책은 한국 사회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존속하려면 지금부터 이민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정구현 KAIST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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