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내영]새정치연합, 중도노선 강화로 지지층 확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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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과 시대의 흐름 못읽어 주요선거 연속 패배한 제1야당
진보편향적 黨노선 버리고 정부여당 견제-협력하는 수권정당 모습 보여야 신뢰회복
주어진 시간 많지 않다… 변화-쇄신으로 野강력해져야 한국의 민주주의도 건강해져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내영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예상 밖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당의 진로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거듭된 인사 실패와 세월호 참사의 무기력한 대응으로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새정치연합은 집권 경험을 가진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세력과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세력까지를 포괄한 거대 야당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시대 변화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당의 미래마저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대통합민주신당이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제1야당이 주요 선거에서 연속으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거듭된 패배에도 불구하고 당의 노선과 선거전략에 대한 반성과 쇄신의 노력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표출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쇄신을 추진할 만한 리더십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이 변화를 미루는 동안 당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추락해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정당지지도는 23%로 새누리당의 44%와는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재·보선 참패의 충격 속에서 새정치연합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의 변화와 쇄신을 근본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쇄신의 방향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 의견차가 나타나고 있다.

온건파는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접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중도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경파는 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야당의 선명성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진보노선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2007년 이후 제1야당이 주요 선거에서 패배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당의 이념 노선과 정책 방향이 지나치게 진보 쪽으로 치우쳐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제1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이념 평균은 국민 전체는 물론이고 당 지지자의 이념 평균보다도 훨씬 진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진보 편향성의 결과 각종 선거에서 국민 다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복지 등의 이슈에 집중하여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진보정당과의 연대나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과 같은 이념적 쟁점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실책을 반복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보로 지나치게 편향된 이념과 정책 방향을 중도노선으로 변화시켜야 하고, 이와 더불어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강경 일변도의 노선보다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협력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성숙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일 것을 주문하고 싶다.

중도노선의 강화와 지지 기반 확대가 야권에는 사활이 걸린 절박한 과제라는 점은 세대 균열과 지역주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분명하다. 고령화로 인해 새누리당 지지층인 50, 60대 이상의 비율이 증가하는 반면 야권 지지층인 젊은 세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 지난 재·보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호남의 민심도 과거에 비해 새정치연합에 우호적이지 않다. 결국 이념, 세대, 지역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현재 새정치연합의 지지층은 새누리당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좁고 취약하다. 따라서 지지층을 넓히는 획기적인 노력 없이는 재집권이 어렵다는 점이 새정치연합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의 당내 사정은 계파별로 당 쇄신의 방향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변화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당의 전면적 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지난 몇 번의 선거 패배를 통해 새정치연합은 국민들로부터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이제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비록 어렵더라도 새정치연합이 변화와 쇄신을 통해 강력한 야당으로 살아날 수 있어야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고, 한국 민주주의가 균형 있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새정치연합의 향후 행보를 주목한다.

이내영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nylee@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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