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손성원]중앙은행에 맞서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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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예상보다 빠른 성장… 2015년 중반에나 금리인상 시작
당분간 저금리 유지 가능성
유럽-일본-중국은 유동성 유지하며 금리인하 유력
원화 강세는 수출에 먹구름… 한국도 금리 고수해야 할듯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미국 월가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맞서지 마라”는 말이 있다. 연준과 싸우면 대부분 지게 마련이다.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엔 연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중국런민은행에도 신중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 4개 중앙은행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60%, 세계 주식시장 자본의 70%를 차지한다.

연준은 선제적 안내를 통해 경제상황에서 뭘 기대할지를 분명하게 소통해왔다. 분명 연준은 채권매수축소 정책(tapering program)을 올가을쯤 끝내고 새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사들이는 것도 중단할 것이다. 이때부터는 연준이 유동성을 더이상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언제 연준이 단기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인가’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와 속도는 글로벌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연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준 안팎에서의 컨센서스는 2015년 중반경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나 최근 의회 증언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 환경이 뚜렷이 개선되면 이전에 예측한 것보다 금리가 더 빨리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연준은 2008년 말 이후 단기금리를 0%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늘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은 최근 조금 올랐지만 2% 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고 서두를 이유가 없다. 금리는 얼마나 오를까. 경제성장률 2%와 인플레율 2%를 더하면 단기금리는 4%까지 될 것이다. 미국 경제 모멘텀이 보통이고 글로벌 경기가 활기 없는 점을 고려하면 연준은 4% 이하, 3% 범위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현재 제로금리 상황에서 단기금리를 3% 올린다면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 연준은 일정 기간 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말은 금리가 3%에 도달하려면 3년가량 걸린다는 뜻이다. 연준의 메시지는 고금리 전망이 예상보다 빠르다 해도 신용상황은 느슨한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선제적 정책을 쓰지 않던 유럽중앙은행은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6월 5일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고 보다 매력적인 대출 조치를 내놨다. 유로존은 6년째 스태그네이션의 한가운데 있다. 경제성장 하락세는 멈췄어도 아직은 취약하다. 디플레이션의 위협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유럽에서 실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뒷북 정책만 내놓던 유럽중앙은행이 미국식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유다.

일본은행은 주식을 국내총생산의 60%에 이를 때까지 사들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베노믹스는 단기적으로 약간은 성공했다. 경제성장과 인플레율 두 가지가 오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세 인상이 경기둔화를 초래했다. 과거 10년 이상 존재했던 디플레이션의 위협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찍는다고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십중팔구 일본은행은 막대한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중국런민은행은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열었다가 잠갔다. 긴축정책 때문에 소비자와 기업들이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상당한 위험이 뒤따르는 비은행권 금융상품)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중국 경제성장이 정부 목표치 7.5%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어 가까운 미래에 긴축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다.

결국 연준만 빼고는 유럽, 일본, 중국의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중국런민은행과 맞서지 말라. 저금리정책은 장기간 우리와 함께할 것이므로.

한국의 경우엔 가까운 장래에 금리를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수출 의존형 국가이다. 최근 원화 강세는 한국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를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다. 신흥시장에서 인플레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손성원 객원논설위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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