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11일 인민 앞에서 비핵화 직접 약속해 北운명 바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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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평양에선 최고인민회의가 개막하고 워싱턴에선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미 대화의 향배를 가늠할 이벤트가 시차를 두고 벌어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가 주민들에게 얘기하는 11일은 중요한 날(big day)”이라며 김정은의 발언을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지도자로서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는 심정을 공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멈춰선 북-미 대화 복원을 위해선 김정은이 먼저 비핵화 및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그에 한미 정상이 호응하는 형식의 선순환을 기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결렬 이후 모든 접촉을 끊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화에 나서지 않고선, 나아가 김정은이 직접 주민들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힘으로써 확산되는 대북 협상 무용론을 불식시키지 않고선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유연한 자세를 보일 수 없다는 압박인 것이다.

북한은 진작부터 “최고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하노이 결렬 이후 미사일 발사장 복구와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같은 역주행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하면서 일단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모호한 신호만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은 연례행사인 최고인민회의를 전후해 노동당 정치국 또는 중앙위원회 회의를 열어 새로운 중요 노선을 채택했다. 이번에도 노동당 회의나 최고인민회의 결정 발표 형식을 통해 미국에 하노이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엔 김정은이 직접 입을 열지도 주목된다.

김정은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결심을 드러낼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워싱턴 회담 결과를 보고 나서야 밝힐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김정은은 한미 정상회담 전에 최소한 비핵화 노선의 이탈 없이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압박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고 말 것이다. 김정은의 올바른 결심이 선행돼야 그가 그토록 바라는 체제 안전과 경제 번영이란 보상책도 나올 수 있다.
#김정은#비핵화#폼페이오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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