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안영배]100년 전 2·8독립선언 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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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3월 13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 독립을 선언하다’라는 제목으로 3·1만세운동을 서방에 알리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한국인들이 독립선언을 통해 “우리는 천한 민족이 아니다. 우리는 독립국가로서 43세기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런데 3·1독립선언서는 ‘43세기의 역사’가 아니라 ‘반만년 역사’라는 표현을 썼다. ‘4300년의 장구한 역사’라는 표현이 담긴 것은 2·8독립선언서였다.

▷100년 전 오늘 일본 도쿄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학생들은 도쿄기독교청년회 회관(재일본한국YMCA회관 전신)에 모여 2·8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독립선언서를 영문과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정부와 의회, 주일 각국 대사관, 언론사에 보냈다. 그래서 외신들이 3·1운동 소식을 보도하면서 2·8독립선언서의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도쿄 시내 지요다(千代田)구의 재일본한국YMCA회관 앞에는 그때의 일을 기념하는 ‘조선독립선언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회관 내에는 2·8독립선언기념자료실을 비롯해 한국문화관, 숙박 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사실 현재의 회관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던 그 건물은 아니다. 원 건물은 직선거리로 700m쯤 떨어진 곳에 있던 74평 규모의 서양식 2층 목조건물이었다. 1906년에 지은 회관은 유학생들의 애국 집회와 토론장 역할을 하다가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때 불타버렸다. 그 후 1926년 현 위치로 옮긴 새 회관은 일제강점기 내내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 “우리 회관”이라고 불리며 사랑을 받았고, 1980년에 현재의 건물로 신축된 것이다. 이 건물은 실제 1926년 재단법인 서울기독교청년회 유지재단 명의로 토지가 등기된 일본 내 드문 한국계 자산이다.

▷이 회관을 방문하는 이들은 적국(敵國) 수도 한복판에서 독립선언을 한 유학생들의 용기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YMCA는 자금난과 노후화된 시설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독립운동 사적지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족적 힘을 결집시킨 2·8독립선언의 정신을 기릴 지혜를 모아볼 때다.
 
안영배 논설위원 ojong@donga.com
#2·8 독립선언 현장#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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