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영어 비중 논란, ‘산(生) 영어 교육’ 전환점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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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학 입학전형에서도 영어영역 4등급인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했다. 또 성균관대 의예과와 중앙대 의학부에도 영어 3등급 학생들이 합격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고, 서울대의 경우 영어 등급 간 차이가 0.5점밖에 안 되는 등 영어 비중이 낮아지면서 1등급이 아니어도 상위권 대학과 인기 학과에 합격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 된 것이다.

수능 영어 비중이 이처럼 줄어든 데 대해 일부에서는 ‘영어 실력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개인과 가정, 국가 모두 막대한 에너지와 돈을 영어 교육에 쏟아붓고도 정작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것은 수능 반영 비중이 아니라 영어 교육의 방향과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입시, 취업, 승진 등의 절대적인 평가 도구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거의 쓰지 않는 사람조차 원어민도 모르는 문법과 단어를 공부해야 했다. 이런 경쟁 문화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됐다. 태교 영어부터 시작해 전일제 유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직장인 퇴근 시간보다 더 늦게 영어 학원에서 나오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물론 기존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영어 평가에서 늘 최상위권에 속하는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영미권에서 제작된 유아용 TV프로그램을 더빙 없이 자막만 넣어 방송한다. 유아들은 자막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소리에만 노출되는데 통상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는 데 필요한 1만 시간 중 상당 시간의 노출이 이때 미디어를 통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도 ‘죽은 영어’가 아닌, 살아있는 영어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과감한 실험을 주저해선 안 된다.
#수능 영어 비중 논란#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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