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구종]문 대통령, G20에서 아베 만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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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고문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고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대법원 판결과 한일 레이더 마찰 등을 둘러싼 일본의 과잉 대응은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탈(脫)냉전 움직임이 던져준 충격과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89년 도쿄에서 지켜본 냉전 해체는 톈안먼 광장에서 전개된 중국의 민주화 요구와 베를린 장벽의 해체, 그리고 소련의 붕괴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정치, 안보 노선에 커다란 쇼크를 안겨줬다. 냉전 기간 일본에 미일 동맹의 최대 위협은 소련이었다. 그 소련이 해체되면서 방위의 타깃이 사라지자 ‘미일 안보 무용론’이 퍼졌다. 미국은 서둘러 조지프 나이 당시 국무차관보를 보내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와 회담한 뒤 새로운 안보의 타깃으로 ‘중국 위협론’을 공유하며 일본을 안보 위기에서 건져냈다.

2017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등 일련의 대화 움직임은 일본에 쇼크를 안겨줬다. 중국까지 거들고 나선 한반도 화해 프로세스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외감을 실감하는 듯하다. 북핵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체제에서 일본 안보의 최대 타깃이다.

집권 자민당과 아베 총리는 30년 전 탈냉전 당시 안보 정체성의 위기 때문에 1993년 총선거에서 패해 야당 연합에 정권을 뺏긴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는 국민적 결속을 다지는 데 나섰고 여기에 동원되는 것이 최근 반한(反韓) 감정이다. 아베 총리가 28일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코리아 패싱’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소외된 ‘저팬 패싱’의 섭섭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립적인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최근 한반도 긴장 완화를 배경으로 한국 측에서 만일 대일 협력의 관심이 옅어진다면 미래 지향의 신뢰관계는 구축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이 한국의 변화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의 “정부 간 청구권 협정에서 해결됐다”는 주장과 한국 사법부의 ‘개인의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한 배상 명령은 일본의 국가 우선주의와 한국 사법부의 시민 중심 판단이 충돌한 측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국가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 권익을 존중하는 정책 전환이 계속되고 있다.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의 문명 충돌적 변화를 이해해야 하며 국가 삼권의 하나인 사법부 영역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한반도 화해 프로세스에 일본의 동참을 권하고 일본은 한국의 변화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와 협력의 가치를 설득하고 관계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일본연구센터 고문
#강제징용 배상 판결#한일 레이더 마찰#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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