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命運 가를 외교전 닥쳤는데 4강 대사가 안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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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에 ‘2월 베트남 개최’를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임박한 북-미 정상회담에선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중대 사안들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주변 4강 외교에선 갈수록 악재만 쌓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사실상 양자(兩者)관계에선 마냥 손놓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따른 상응 조치를 놓고 주고받기식 로드맵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핵우산 철폐,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동맹이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 협력사업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던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놓고 갈등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도 수교 이래 최악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 재검토 논란에 이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레이더·저공비행을 둘러싼 갈등은 양국 간 격한 감정대립으로 번지고 있지만 한일 외교는 기능 정지 상태다. 중국은 김정은의 4차 방중으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예고했지만 우리 주중 대사는 공석(空席)이다.

4강 외교의 실종은 문재인 정부 첫 4강 대사 임명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4강 대사 모두 지난 대선 때 대선캠프나 싱크탱크에 참여했던 비외교관 출신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주재국 언어 구사능력은 고사하고 외교 전문성이 없는 문외한이다. 물론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어서 외교 활동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주재국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정치적 무게감을 토대로 외교 접촉의 저변을 넓혔다는 대사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외교 활동 영역이 좁아졌다는 평가만 나온다. 특히 주중 대사는 김정은 방중 때 번번이 자리를 비워 “대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냐”는 비웃음을 샀다. 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했던 주러 대사는 비위 논란의 구설수에 오르자 도망치듯 귀임 길에 오르기도 했다.

4강 대사는 지난 청와대 개편 때 모두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이다. 향후 장관 중용이나 총선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대사직이 한낱 경력 관리용 정무직이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장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주중 대사 후임을 놓고도 정치적 임명 가능성이 점쳐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한 지금의 4강 외교로는 곧 닥칠 한국 외교의 시련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최소한의 요건은 갖춘 대사를 임명해 외교의 정상화부터 꾀해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북미 정상회담#북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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