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설]中 군용기의 잇단 침입 그대로 둘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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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전 육군본부 군사연구소장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전 육군본부 군사연구소장
중국 군용기가 이어도를 지나 동해안까지 들어온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입은 단순한 일회성 무력시위가 아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 안보 상황의 변화를 고려한 중국의 전략적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은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 무대가 남중국해다. 한반도 주변의 행동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의 행동이 지금보다 더 거칠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무력시위를 통해 한미동맹이 결국 한국의 안보를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사드 배치 이후 이 같은 행위가 늘었다는 점이 타당성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의 KADIZ 침입 경로를 보면 중국이 최근 한일관계의 불편한 상황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한국과 일본이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 중국이 한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오가며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역사 문제와 별개로 한일관계가 이완되면 중국에 이용될 수 있다는 냉혹한 국제관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행동은 우리 안보 상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미중 간에 헤게모니 갈등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의 안보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 해결 논의 과정에서 전시작권통제권 전환과 주한미군 감축 등의 조치가 논의될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빠진 힘의 공백만큼 중국은 더 강력하게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지금 같은 도발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안보 상황은 한번 무너지면 계속해서 소용돌이에 말려들 확률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어떠한 시도를 하더라도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한일 간 안보 차원의 협력 수준도 높여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다룰 수 있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우리 군도 중국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군사력 건설 방향도 새롭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에 들어가고 있다. 변화하는 군사적 위협의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군사력 건설의 우선 순서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KADIZ 침입은 지금까지의 우리 안보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고 있다.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전 육군본부 군사연구소장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중국 군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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