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정상국가化’ 동력은 제재, 섣부른 ‘완화’ 운운할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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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을 계기로 집권여당까지 대북제재 완화론을 띄우고 나섰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북한 비핵화에 상응해 제재 완화도 상호주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핵화가 20%에 이르면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점’이라고 단계적 제재 완화를 언급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재 완화 조건으로 거론한 ‘되돌릴 수 없는 단계’를 트럼프 대통령의 ‘20% 비핵화’와 연결지은 것이다.

이런 주장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무지는 물론 아전인수식 해석도 마다하지 않는 여당의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오해와 논란을 낳자 더 이상의 언급을 삼가고 있다. 나아가 그 발언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살펴보면 그처럼 제멋대로의 해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5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만 완료된다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비핵화의 최종적 완료까지는 장기간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자신의 임기 안에 가능하다는 얘기였고, 핵탄두의 국외 반출 같은 비핵화 초기의 과감한 조치(front loading) 이행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핵신고, 즉 핵무기·시설 리스트 제출마저 거부하고 있다. 핵실험장 폐기 등 선제적 비핵화를 취했다지만 검증도 없는 일방적 조치를 하고선 미국을 향해 6·25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합의한 비핵화 실무협상마저 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유엔총회에선 한반도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를 ‘괴물’에 비유하며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나아가 여당 지도부 누구라도 북한의 이런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며 비핵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를 한껏 띄우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불량국가(Rogue State) 북한을 비핵화를 통해 ‘정상국가’로 만드는 동력이 바로 대북제재다. 섣부른 제재 완화 주장은 당장 미국의 의구심을 사고 대북 협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의 오만, 나아가 탈선까지 부추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북 제재#교황#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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