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일웅]인도네시아에 민군합동구호팀 보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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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웅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진료교수·전 국군의무사령관
황일웅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진료교수·전 국군의무사령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미 사망자만 1600명을 넘었고 이재민도 6만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아직까지 피해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마을도 많다고 하니 그 피해를 짐작하기조차 힘들 것 같다.

대한민국에는 해외긴급구호대(Korea Disaster Relief Team)가 있다. 해외 재난 발생 시 해외 긴급 구호에 관한 법령에 의거해 피해국을 긴급히 지원하기 위해 파견되는 조직이다. 2012년 파푸아뉴기니 산사태 피해의 인도적 지원을 시작으로 그동안 혁혁한 성과들을 올려 대한민국의 국위 선양에 기여하여 왔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많은 경제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방이기도 하다. 해외긴급구호대가 신속히 파견되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을 구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현지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사태는 쓰나미와 지진이 겹쳐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마을 전체가 진흙에 파묻히기도 하는 등 그 피해 정도가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한 지경으로 보인다. 구호대가 파견되면 숙소나 식사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필자는 민군 합동 구호팀을 편성하고 이들의 안전과 시설 및 군수를 지원할 수 있는 군 병력을 함께 보내는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의료진을 비롯한 긴급 구호팀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장점 이외에도 숙소를 건설할 수 있고 거기에서 군수 라인을 통해 식사와 식수 등 제반 필요 사항들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구호인력은 구호활동에 전념할 수 있으며 또한 공병 등이 직접 재해 지역의 복구에 참여하여 신속한 복구를 돕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장기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군 의료진을 포함한 군 병력이 해외에 파견되어 재난 지원을 한 경우는 과거에도 있다. 2013년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이 태풍 하이옌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때 군 의료진을 포함한 공병이 파견되어 재건에 기여하였고 2014년 에볼라 사태 때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민간의료진과 군에서 선발된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함께 시에라리온의 민간 치료시설에서 근무하기도 하였다.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해외 파병은 국회 비준 사항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재난에 맞서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도주의적 지원에 민과 군의 차이가 있을 수 없음을 생각하면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도네시아의 위기에 대한민국의 민군이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일조한다면 양국의 우호 증진과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황일웅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진료교수·전 국군의무사령관
#인도네시아 지진#해외긴급구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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