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종전선언·對美수교 원하면 CVID 최후 결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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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사전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회담에서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건 정말로 시작이며 쉬운 부분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 다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김정은이 CVID를 위해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CVID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이루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결국 북-미 양국은 체제보장의 상징적 조치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비핵화 완료 시기, 핵무기 조기 반출 등 CVID의 핵심 대목들에 대한 합의는 회담 당일 두 정상 간의 담판 몫으로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보였다. 그는 “내가 회담 후에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하게 된다면 협상은 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300개가 넘는 엄청난 (신규 제재)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이 잘 안 되면 걸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는 말도 반복했다.

당근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잘되면 김정은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수 있다며 “북-미 관계 정상화는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단 그는 “모든 것이 완료됐을 때”라며 비핵화 완료가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결과의 미 의회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권이 바뀌어도 체제보장은 지속될 것임을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일본 한국 중국 등 많은 국가가 대북 경제 지원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체제보장과 북-미 수교, 백악관 방문, 경제 지원 같은 꽃길이 김정은 앞에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만 운운할 뿐 CVID에 대한 확언을 거부한 채 구태의연한 ‘단계적 비핵화론’에 기대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 핵무기를 숨긴 채 경제건설을 해보겠다’는 낡은 전술적 사고에 여전히 젖어 있다면 이는 스스로를 고립과 자멸로 이끄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의 이벤트성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 간의 종전선언은 적절치 않으며, 평화협정으로 가는 로드맵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작용을 빚을 수밖에 없다.
#북미 정상회담#c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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