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청년의 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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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호(1945∼2013)는 연작소설 ‘가족’을 1975년부터 34년 동안 ‘샘터’에 연재했다. 그의 나이 30세에 시작해 64세가 될 때까지 자기 집안의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아버지의 눈에 비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시대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30대 가장’이 자신의 정체성을 ‘중년’으로 규정짓고 살아가는 모습이지 싶다.

▷앞선 세대는 정서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나 훨씬 조숙하고 어른스러웠던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예전 동년배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더 젊어진 것일까. 지금의 30대가 스스로를 ‘중년’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다. 세간에서는 2030을 뭉뚱그려 청년세대로 부른다. 인구문제의 파장을 분석한 ‘한국이 소멸한다’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10∼39세 청년, 40∼69세 중년, 70세 이상을 노년으로 구분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정작 청년층 대상 정책을 펼치는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의하는 청년의 기준은 고무줄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청년은 15∼34세를 가리킨다. 통계청의 고용지표 기준과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따르면 15∼29세가 청년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의 청년창업 활성화를 위한 세금감면 혜택 대상은 15∼34세이지만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서는 39세 이하로 늘어난다. 지자체 조례는 더 뜬금없다. 경기 성남시는 19∼24세, 전남 강진군의 청년층 활성화 조례는 19∼55세를 대상으로 정했다.

▷청년의 자격은 제각각인데 한정된 예산에 중구난방 펼치는 청년정책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면 노인의 기준은 1964년 65세로 정해놓은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는 5060세대를 신(新)중년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에게도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약속했다. 청년도 신중년도 노인도 알뜰살뜰 돌봐주겠다는 정부의 포부는 가상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청년정책#노인 기준#신 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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