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이번에는 철강 관세폭탄… 잇단 ‘한국 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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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수입을 제한하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한 보고서 내용을 16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강력한 무역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번에 공개된 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에 일률적으로 최소 24%의 관세를 추가하거나, 한국 중국을 포함한 12개국에만 최소 53%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 등 모두 3가지 안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4월 11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 들어 미국 정부의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국내 철강업계가 관세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철강업계는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 등 특정국에만 관세 부과안이 채택되면 전체 철강 수출의 11%에 이르는 미국 수출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이미 포스코 강판에는 60%대의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돼 53%의 관세가 추가되면 가격이 2배가 올라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상무부 보고서에서 선택지로 제시된 특정 국가에 대한 제재안에서 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와 이웃인 멕시코, 우방인 일본 독일 등이 제외되고 한국이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한국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판을 가공해 미국에 싸게 수출했다는 미국 기업들의 인식이 반영됐을 수 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미국의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외교안보 분야의 잠재된 한미 갈등이 경제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신과 문재인 대통령을 이간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른바 무역이란 수단을 갖고 있다. 이건 꽤 강한 협상 칩(chip)”이라며 한국에 대한 경제 압박을 시사했다. 정부는 미국의 무역보복이 단순한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섰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철강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면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을 통해 제소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최종안을 선택하지 않은 만큼 한국 기업에 대한 무역보복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에도 피해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값싼 수입산 제품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미국 기업들은 벌써 인력 감축에 들어가는 등 후폭풍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철강 수출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없다는 점을 미 측에 납득시켜야 한다.
#미국 상무부#철강 관세폭탄#한미 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세이프가드#한국 기업 무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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