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윤병수]공직에도 사회적 가치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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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
윤병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
바야흐로 ‘사회적 가치’의 시대다. 공유 경제,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급부상하고 더불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사회적 가치는 추상적이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개인의 관심이나 요구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은 아직 낯설다. 이들 기관은 처음부터 공익을 목적으로 설립돼 본연의 임무를 하는 게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부, 공공기관에서도 왜 사회적 가치가 중요할까. 그동안 목표 달성과 효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반면 공동체를 위한 가치 실현은 소홀했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 및 인명사고는 효율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소방법 건축법 등과 관련해 규제 완화가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손 부족 등의 핑계로 공직자들이 감시를 다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사회적 가치를 존중했다면 거대한 참사로 막대한 피해를 끼친 화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래서 공직자도 업무에서 사회적 가치를 적극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역량 있는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에는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철학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직자들은 현장에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먼저 정책을 수행할 때 사회적 가치를 기본원리로 고려해야 한다. 비용절감, 효율성만을 중시하기보다는 공동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를테면 소방법 건축법 등 법, 규정 등을 고칠 때도 사소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사회적 가치를 손상하는 것은 아닌지 관계 부처, 기관 등이 함께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부처, 기관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부처, 기관 담당자들은 국내외에서 사회적 가치를 정책에 적용한 모범 사례를 모으고 최대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까지도 많은 공직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매출 증대라는 결실을 거둔다. 수익을 얻은 기업은 다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마련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실현한다면 국민들은 더욱 신뢰할 것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공직자는 자신감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 교육훈련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며 특히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윤병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교수
#사회적 가치#공공기관#정부#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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