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학계 “노동·규제 개혁 없이 분배 추진하면 亡國 지름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주류 경제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참모진을 향한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어제 막 내린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규제혁파와 노동, 교육 개혁 없이 복지, 사회안전망, 소득재분배를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것은 망국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표한길 서울대 명예교수도 “법인세와 소비세를 인하하는 세계 경제 추세에서 우리는 배분에만 집착하고 있는데, 중장기 성장 제고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저임금과 일자리 정책에 대한 우려는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기금을 만들어서 지원하는 것은 200여 년 전 영국 보조금 정책인 스피넘랜드 실패 사례를 볼 때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서도 “경제정책의 종합적 결과인 일자리는 마차이지 말이 아니며 마차를 말 앞에 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인 주상영 건국대 교수도 “최저임금을 인상하기에 앞서 분배와 복지 차원의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학회가 매년 주최하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는 경제학자들의 대표적인 의견 발표장이다. 이런 대규모 학술대회에서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념을 떠나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정부의 반(反)시장적 경제정책이 실험적이고 모험적이라는 뜻이며, 학자들도 정책 성공을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장옥 명예교수가 “청와대 참모진이 너무 경제를 가벼이 보고 있다. 정책은 전문적 경제 관료에게 맡기라”고 제언한 것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며 장관들을 다그친 문재인 대통령이 각별히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마차가 먼저’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참모들이 대통령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요즘 정치인은 자기 뜻과 반대되는 말은 아예 듣지 않는 게 관행 같다”고 꼬집었다. 단지 학술대회에서 나온 학자들의 의견이라고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주류 경제학자#문재인 정부#노동#규제 개혁#최저임금#일자리 정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