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세돈]정부의 초망착호 일자리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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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정부’의 취업자 증가, 2008년 금융위기보다 낮아
공공부문 취업자 늘리고도 ‘6대 서비스 블랙홀’에선 13만 개 일자리 사라졌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 없이 어떻게 선진국 가능하겠나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행정부는 일자리 행정부다. 취임사에서도 ‘무엇보다도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할 때부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는 충분히 읽혔다. 연이어 나온 ‘일자리 100일 계획’(6월 1일) ‘100대 국정과제’(7월 19일) ‘일자리 로드맵’(10월 18일) ‘산업정책방향’(12월 18일) 그리고 ‘2018년 경제정책방향’(12월 29일)까지 모두 ‘일자리’를 정조준했다. 이만하면 정부로부터 기대할 대책은 나올 만큼 나왔다.

이제 그 실적을 따져보자. 2017년 12월 총 취업자는 2642만1000명으로 작년 대비 25만3000명 늘었다. 늘었으니 다행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증가 수치는 2008, 2009년 금융위기 (각각 1만2000명과 1만6000명 감소) 이후 가장 낮다. 3%라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 4년의 연평균 취업자 44만 명보다도 훨씬 낮다. 이 추세라면 정부가 말하는 소위 ‘3-3-3(3% 성장, 1인당 3만 달러, 30만 취업자 증가) 정책목표’는 달성이 어렵다.

작년 취업자 증가가 부진한 것은 한마디로 서비스부문 때문이다. 서비스부문에서는 9만8000명 느는 데 그쳤다. 2013∼2016년 4년 동안 이 부문에서는 연평균 42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2016년에도 42만3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증가폭이 10만 명에도 못 미쳤다. 지난 4년 평균의 23%에 불과하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2009년의 11만3000명, 16만9000명보다 더 낮다. 따라서 작금의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서비스부문에 있다.

취업자 증가폭 감소는 거의 모든 서비스 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것은 여러 서비스 업종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줄다 못해 오히려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점·숙박서비스업 4만8000명 감소, 교육서비스업 2만5000명 감소,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2만1000명 감소, 출판영상방송업 1만6000명 감소, 운수업 1만 명 감소, 시설 관리 및 지원 서비스업 9000명 감소 등이다. 이를 ‘6대 일자리 블랙홀’이라고 부르자. 이 6대 일자리 블랙홀 서비스업에서만 지난 한 해 12만9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공공행정 및 국방사회보장행정부문 8만1000명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부문 취업자 2만3000명을 합친 10만4000명 증가를 능가하는 수치다.

이런 실망스러운 일자리 통계는 대통령 취임 이후 그동안 추진된 각종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인 데다 성장률마저 3% 달성이 어려워진다면 일자리 불안감은 더 커진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보다 나은 나라와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앞으로도 작년처럼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에 취업자가 더 늘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이에 6대 일자리 블랙홀에서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사라진다면 그것을 어떻게 온전한 일자리 정책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작년 12월 29일 나온 ‘2018년 경제정책방향’의 일자리 대책으론 안 된다. 그 제1장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의 제1절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제도 기반 확충 정도로는 안 된다. 언제까지 외국인 투자나 유턴 기업을 기다릴 것인가? 언제 정부합동지원반을 구성해서 언제 고용 유발형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는 것인가? 초망착호(草網着虎), 즉 풀 망으로 호랑이 잡기가 따로 없다.

6대 일자리 블랙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먼저 취업자 감소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전문과학기술 서비스부문과 교육 서비스부문 취업자 감소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거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미시적인 나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맞춤형 대책 말이다. 이 경우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 당사자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어느 정도로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한 분야별 분석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자리는 실패한다. 일자리가 실패하고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했다 할 수 있겠는가?

신세돈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일자리 정부#취업#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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