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김정숙]南北, 평화로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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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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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자 A1면 ‘걸어서 군사분계선 넘어온 북대표단’의 사진을 보고 뭉클했다. 단숨에 걸어서 뚜벅뚜벅 건너올 수 있는 거리인데, 참 멀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왔다.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달지 않고 주변에 군인들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더라면 눈길을 걸어가는 회사원들이라고 착각했을 것 같다.

약간은 긴장되고 설렘이 담겨 있는 북측 대표단의 모습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이 보였다. 북측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온 만큼 남북관계도 한걸음씩 미래를 향해 나갔으면 한다.

남북관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남북대화를 하기에 좋은 기회다. 선수단, 응원단, 기자단 파견 문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고 왕래를 하다 보면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북한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오는 모습이 유난히 인상적인 것은 귀순한 오청성 병사가 왔던 길과 가깝기 때문이다. 오청성 씨는 총알을 맞으며 군사분계선을 뛰어넘었는데 북한 대표단은 평화롭게 걸어서 왔다. 두 달 전 총성이 울리고 극도의 긴장이 연출되었던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규모 방문단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우리 측이 제안한 비핵화, 대화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었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것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측 선수단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오는 ‘평화의 퍼포먼스’가 논의됐을 수도 있다니 기대가 크다. 오청성 병사처럼 목숨을 걸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남북대화도 걸림돌이 사라지고 술술 풀려갔으면 한다.
 
김정숙 동화작가
#군사분계선 넘어온 북대표단#남북관계#평창 겨울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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